[단독]'적법 공사' 멈춰 세운 제주시장의 입?… '경솔한 처신' 도마 위

1월 5일 이호동 녹취 파장… 마을 측 "누울 수 있다" 물리적 저지 예고
일선 행정 "허가 취소 불가·강제 못 해" 시인하고도 수개월째 사태 방관
마을회장 "시장도 우리 입장 인정"공표… "행정이 떼법 조장" 비판

제주시 이호동의 한 사유지 건축 공사 현장. 마을 측의 거센 반발로 사유지 진출입로 역할을 할 도로점용 허가 구간의 공사가 가로막혀 있다. 박창원 기자.

제주시 이호동의 한 사유지 건축 공사 현장. 마을 측의 거센 반발로 사유지 진출입로 역할을 할 도로점용 허가 구간의 공사가 가로막혀 있다. 박창원 기자.

제주시 이호동의 건축 부지가 해안사구가 아닌 것으로 공식 확인됐음에도 마을회의 거센 반발로 적법한 공사가 수개월째 중단된 가운데, 관할 당국은 '허가 취소 불가'를 알면서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행정 수장인 제주시장마저 민원인에 동조했다는 마을 측 주장이 언론에 공표되며, 시장의 경솔한 처신이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월 5일 제주시 이호동장실에서 제주시 관계자(이호동장·건축과)와 마을 주민, 건축주가 모여 진행한 대면 협의 녹취록과 마을회장의 진술 등에서 행정의 소극적 대처와 제주시 수뇌부의 원칙 없는 촌극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성문법만 법이냐"… 물리적 저지 시사한 마을 측

본지가 입수한 1월 5일 녹취록에 따르면, 마을 측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실력 행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회의 중 한 마을 관계자는 적법한 허가 절차를 강조하는 건축주를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법이지, 무슨 뭐 성문법이라고 해서 다 법인 줄 아십니까? 천만의 말씀이야. 성문법만 법입니까?"라며 국가 행정의 합법적인 인허가 절차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공사 재개 의사를 밝히는 건축주에게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하시니까 누울 수 있어요. 이런 얘기 나오는 거잖아요"라며 공사 현장 진입로를 물리력으로 막아설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취소 불가' 알면서도… 뒷짐 진 행정당국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장을 중재하고 법과 원칙을 집행해야 할 제주시의 일선 행정당국은 개입 권한이 없음을 스스로 시인하면서 사실상 사태를 관망하는 미루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회의에 참석한 행정 관계자는 "딱 법적인 요건이 있지 않은 이상, 이미 나간 허가를 취소하거나 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며 "이게 잘못됐으니까 하지 마시라고 할 수 있는 입장도 사실 아니다"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제주시청 건축과 관계자 역시 "공사 중지 부분은 우리도 강제 사항은 아니다"라며 "명확한 어떤 사유가 있어야 취소를 할 수는 있잖아요.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드리는 거고"라며 행정적 제재의 법적 근거가 없음을 명확히 인정했다.


앞서 본지는 이달 3일 보도("모래언덕이 자연유산이다, 공사 멈춰라."… 제주 이호에서 벌어진 갈등)를 통해 제주도와 제주시가 해당 부지에 대해 '국가 생태 조사에서 제외됐으며 해안사구가 아니다'라고 공식 확인한 사실을 게재했다.


이처럼 합법적인 공사임을 인지하고 강제 중단 권한이 없음을 알면서도, 원칙적인 행정 집행 대신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사가 중단된 진출입로 부지 전경. 제주도와 제주시가 해당 부지는 '해안사구가 아니다'라고 공식 확인했음에도, 마을 측이 도로변 일대의 보존을 주장하며 진입로를 막아서면서 사실상 안쪽 사유지의 건축 행위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박창원 기자.

공사가 중단된 진출입로 부지 전경. 제주도와 제주시가 해당 부지는 '해안사구가 아니다'라고 공식 확인했음에도, 마을 측이 도로변 일대의 보존을 주장하며 진입로를 막아서면서 사실상 안쪽 사유지의 건축 행위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박창원 기자.


언론에 공표된 시장의 발언… 직권 취소 요구 사태로 확산?

여기에 제주시 수뇌부의 처신마저 도마 위에 오르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본지 통화에서 마을회장은 시청 항의 방문 당시를 언급하며 "시장님이 다행히 계셔서 미팅했는데, 시장님도 그 자리에서 (문제를) 인정하셨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마을회장의 주장은 지난 9일 타 매체를 통해 '제주시장이 행정 과실을 인정하고 조치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공표되며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마을회 측은 최근 제주시청에 '도로점용 허가 직권 취소'를 공식적으로 신청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돼 갈등과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건축 공사는 불법 행위가 아닌 제주시의 적법한 인허가 절차를 거친 사안임에도, 행정 최고 책임자가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민원인들 앞에서 오해를 살 만한 언행을 던져 마을 측이 이를 무기 삼아 직권 취소까지 요구하게끔 빌미를 제공했다면 이는 매우 경솔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적법하게 허가를 내준 실무진의 판단을 수뇌부가 앞장서서 흔드는 모양새가 되어, 제주시 스스로 행정의 신뢰도를 깎아내리고 부당한 실력 행사를 정당화시켜주고 있다는 우려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남취재본부 박창원 기자 capta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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