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맨 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동상황 대응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석유 가격 안정 관리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유가 상승에 편승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정부는 민생 물가 안정에 역행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김 장관은 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동상황 대응본부 회의(국내 석유시장 점검)'에서 "평상시 국제유가와 약 2주 시차로 움직이던 국내 석유 가격이 최근 며칠 사이 급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브렌트유·WTI·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말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이달 들어 90달러대로 올라섰고, 두바이유는 100달러 선에 근접했다.
국내 석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일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ℓ당 1918원, 휘발유는 1895원을 기록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일주일 사이 휘발유 가격이 500원, 경유 가격이 700원 이상 오른 사례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국민들은 석유 가격이 '오를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움직인다고 체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근 중동 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부담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가격을 책정해 달라"고 정유업계에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와 한국석유공사, 대한석유협회,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 등 업계와 유관기관이 참석해 석유 수급과 가격 동향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해 지난 5일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산업통상부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대체 수입선 확보와 해외 생산분 도입 등을 통해 원유 물량 확보에 나서는 한편, 수급 위기 악화 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단계별 비축유 방출 계획도 마련할 방침이다.
유가 상승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다. 정부는 범부처 석유시장 점검단을 구성해 정량 미달, 가짜 석유 판매, 가격 담합, 세금 탈루 등 불법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함께 매달 약 2000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암행 점검 등 특별 현장 점검도 실시하고 있다.
김 장관은 전날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유 수급과 물가 안정이며 관련 정책이 원활하게 작동해 기업과 국민 경제에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상황과 연료 수급 여건을 고려한 대응 준비는 거의 마쳤다"며 "석유 최고가격 지정과 관련한 고시 방식과 세부 내용도 필요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민간 비축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추진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으며 중동 정세 전개를 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정유사뿐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도 가격 안정 노력을 당부했다. 김 장관은 정유사에 주유소 공급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석유공사·도로공사·농협경제지주가 운영하는 알뜰주유소 역시 전국 평균 가격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주유소와 석유 유통업계에도 과도한 가격 인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회 차원의 계도 역할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유가가 민생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민관이 함께 석유 가격 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국민들이 중동 사태로 인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인 만큼 업계도 그 부담을 함께 나누는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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