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루쉰과 한국의 독립운동가이자 시인 이육사의 인연이 93년의 세월을 넘어 후손들의 만남으로 다시 이어진다.
안동 이육사문학관에 따르면 루쉰(魯迅·1881~1936)의 장손자이자 루쉰 기금 이사장인 저우링페이(周令飛) 선생은 이육사(李陸史·1904~1944)의 딸 이옥비 여사를 오는 5월 중국 저장성 사오싱(紹興)에 위치한 루쉰기념관으로 공식 초청했다. 이번 초청은 루쉰 서거 9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 사오싱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육사
초청장은 오는 3월 11일 오후 2시 중국 저장대학교 한국교우회장인 노현구 ㈜네오리진 고문이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루쉰은 「아Q정전」과 「광인일기」 등을 통해 중국 현대문학의 기초를 세운 문학가로 평가받는다. 이육사는 「광야」와 「청포도」 등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이자 항일 독립운동가로, 한국 근대문학과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두 문인의 인연은 1933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육사는 난징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마친 뒤 귀국을 준비하던 시기였으며, 혁명가이자 과학자인 양싱포의 장례식장에서 루쉰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 교류했다.
1936년 루쉰이 별세하자 이육사는 조선일보에 「루쉰추도문」을 연재하며 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한국 사회에 소개했다. 그는 루쉰을 "친절하고 익숙한 친구처럼 대해준 선배 문인"이라고 회고하며 깊은 존경과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루쉰이육사 후손 93년 만에 만난다
저우링페이 선생은 초청장에서 "루쉰 선생과 이육사 선생이 깊은 우의를 나눴으며, 이육사 선생이 「루쉰 추도문」을 통해 루쉰의 사상과 작품을 한국 사회에 소개했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며 "후손으로서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루쉰 서거 9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 사오싱에서 기념행사를 열어 선조의 정신과 문학적 유산을 기리고자 한다"며 이옥비 여사의 참석을 요청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안동 이육사문학관과 루쉰 기념관은 상호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공동 학술회의와 전시 등을 추진해 한중 인문 교류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초청장 작성 모습
한 시대를 살았던 두 문인이 남긴 우정은 국경과 시간을 넘어 다시 이어지고 있다. 1933년 상하이에서의 만남 이후 93년 만에 후손들이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번 교류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한중 문학 교류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문학이 남긴 기억과 연대가 오늘의 문화외교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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