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좁혀지는 손재주 간극, 벌어지는 기술력 격차

[기자수첩]좁혀지는 손재주 간극, 벌어지는 기술력 격차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의 풍경은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축구공을 가로채기 위해 바쁘게 발을 놀리는 휴머노이드와 뭉개지기 쉬운 과일을 아기 다루듯 옮기는 로봇 핸드들은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장차 인공지능(AI)이 제조 현장의 뇌가 되고 로봇이 정밀한 근육이 되는 '자율제조'의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의 향연 뒤에는 우리 제조업계에 던져진 숙제도 적지 않았다.


로봇 공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켄 골드버그 UC버클리 교수는 로봇이 인간의 정교한 '손재주'(Dexterity)를 따라잡기엔 아직 10년은 이르다고 봤다.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미세한 손가락 움직임이나 물체의 질감에 따른 힘 조절을 로봇으로 구현하는 게 여간 만만치 않아서다.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대학 특임교수는 "인간 손의 자유도가 약 27~28 수준이라면, 한국 로봇 기업들의 손 자유도 기술은 약 20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로 AW2026에 출동한 수많은 로봇 업체들은 인간의 손놀림을 모방하는 로봇 핸드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술적 난제를 향한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제조 현장 자동화의 판도가 로봇의 손에 달렸다는 점을 인지한듯했다. 그러나 전시장의 깨끗한 환경과 기름때 묻은 산업 현장은 전혀 다른 세계다. 로봇이 인간과의 손재주 간극을 좁히고 있음을 보여준 건 분명하지만, 과연 통제된 환경에서 벗어나 변수로 가득한 제조·물류 공장에서도 내구성을 유지하며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K로봇이 시장을 선도하려면 단순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누구나 살 수 있고 쓸 수 있는' 보편 기술로의 진화가 시급하다.


제조업 내 기술력 격차도 해소해야 할 숙제다. 행사장에는 '생각하는 공장'을 만들어 줄 AX(AI 전환) 솔루션들이 즐비했지만, 투자 비용은 여전히 중소기업들이 선뜻 들여놓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정부 차원에선 중소기업의 DX(디지털전환)를 돕기 위해 스마트 공장 도입을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보급률이 눈에 띄게 둔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발표된 '스마트제조혁신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18.6%로, 중견기업(85.7%)에 한참 못 미친다.


대기업이 만드는 AX 솔루션의 주 고객층은 중소기업이라고 한다. AW 2026이 약속한 장밋빛 미래가 제조업 전체의 축제가 되기 위해선 로봇의 손재주가 인간을 닮아가는 속도만큼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속도도 빨라져야 하는 셈이다. 축구 로봇의 헛발질은 귀여운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지만, 제조업 혁신의 헛발질은 국가 경쟁력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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