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제 연휴기간 90억건이 넘는 대이동이 이뤄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례 인구 이동이다. 누군가에게 이 몇 주는 1년 중 가족과 함께 보내는 유일한 시간일 것이다.
많은 이들은 고향을 찾으며 낯선 도시에서 고군분투하며 느낀 고독을 잠시 내려놓을 것이다. 다만 이 순간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이들은 경제적 여력이 있는, 운 좋은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2023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고독하다'고 느낀 비율(23%)은 한국(21%), 인도(25%)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일본(14%)보다는 훨씬 높았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갤럽 조사와 세계보건기구(WHO) 분석을 인용해 최근 중국을 '유달리 외로운 곳'으로 조명했다.
세계적인 맥락에서 중국이 유독 외로운 사회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고독이 중국에서 중요한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은 추세적 고독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이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국과 합계출산율이 비슷한 일본에서 고독하다고 답한 비율은 중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중국의 혹독한 '996(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문화'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으나 이 역시 충분한 답은 아니다. 일본은 흔히 과로사로 상징될 만큼 노동 강도가 높지만 중국보다 덜 외롭다.
일본과 한국은 중국보다 규모가 작아 현대화 단계에서 가족 이주 문제 역시 더 관리하기 쉬웠을 수 있다. 비슷하게 덜 외롭다고 답한 국가 중에는 싱가포르와 스위스처럼 영토가 작은 국가들이 많다. 그렇다 해도 지리적 규모만으로 고독을 설명할 수는 없다. 광활한 영토를 보유한 러시아도 중국보다 훨씬 덜 외롭다.
보다 본질적으로 중국에서 사람들이 왜 이렇게 외로운지 이해하려면 중국 산업화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와 호적 제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자동화와 로봇이 공장 현장을 대체하기 전까지 중국 연안 지역 제조업의 동력은 내륙 지방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었다.
중국의 호적제 때문에 이주민들은 현지 주민에게만 제공되는 필수적인 공공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그 결과 많은 노동자가 부모와 자녀를 고향에 남겨둔 채 혼자 도시로 이동한다. 부부가 같은 도시에 머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자리를 따라 움직이다 보면 서로 다른 도시, 심지어 다른 성에 흩어져 살게 되기도 한다.
고독 위기는 고속 성장을 지속해 온 중국이 치르는 사회적 대가일 수 있다. 선진 국가에 상응할 정도로 제도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 채 급속한 현대화를 추구해 온 결과다. 여기에 고령화 문제까지 겹쳐 있다. 상하이 호적을 보유한 이들이 누리는 의료 혜택과 농촌 지역의 낮은 돌봄 수준 사이의 큰 격차는 그 단면을 잘 보여준다.
중국의 고독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내부의 양상일지도 모른다. 지리적으로 넓은 영토에 복잡한 사회구조를 갖춘 만큼, 고독 정도 역시 사람마다 편차가 클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고독의 추세는 어떠한가.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특히 연령별 격차는 중요한 문제다. 노인 계층의 고독이 완화되고 있지만, 청년층이 체감하는 외로움은 더 심각해졌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외롭다고 느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말고 다른 구조적 요인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지역별 차이도 들여다봐야 한다. 부유한 연안 지역과 비교했을 때, 내륙 지역에 고독이 더 만연한 것인지, 광둥이나 대만 같은 이주 노동자 수가 비교적 적은 지역과는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인구가 많은 선전 같은 곳은 복산보다 더 외로운 곳인지 등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역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정체성일 것이다. 광저우의 이주 노동자들은 현지 호적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외로운지, 현지 호적을 새로 취득한 이주민들도, 그 지역에서 대대로 살아온 토착민들보다 더 외로운지 이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
사회계층에 따라 어떤 양상으로 고독이 나타나는지도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일수록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보다 훨씬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층위에서 일어나는 역학을 세심하게 이해해야 계층별 특성을 반영한 사회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의료, 노동 규제, 호적 제도를 아우르는 정부 정책은 고독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고독 문제는 국가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시민사회는 공동체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예컨대 한국에선 교회가, 일본에선 지역 자원봉사 단체가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복지 제도가 잘 확립된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스포츠 클럽, 문화 단체, 취미 모임과 같은 자발적 조직 참여율이 높게 나타난다.
중국의 고독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편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스스로 모이고 연결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잠시 가족들과 재회했던 이들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지워지지 않는 외로움을 그대로 안고 또 다른 새해를 맞게 될 것이다.
윈스턴 목 SCMP 칼럼니스트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A loneliness crisis is the price China is paying for rapid modernisation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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