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에 따른 이주비 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까지 줄어들고 다주택자의 대출이 제한되면서 정비사업 지연 위기에 직면한 조합들이 속출하고 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노량진1구역과 3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두고 이주비 대출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량진1구역 조합에 따르면 조합원 961명 중 70%가 1+1 분양 신청자거나 다주택자에 속해 기본 이주비 대출 제한 대상에 속한다.
1250가구로 재개발되는 노량진3구역도 전체 조합원(518명)의 5분의 1인 100여 명이 다주택자에 속해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북아현뉴타운 5개 구역 가운데 가구 수가 두 번째(2320가구)로 많은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또한 기본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조합원 수가 7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동구의 모 재건축 조합 또한 조합원 전체 480명 중 다주택자가 100명에 달해 이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주비 대출은 이주 기간에 머물 전셋집을 마련하거나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하고자 조달하는 비용이다. 이주비 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기본 이주비 대출과 시공사 신용보강 방식으로 끌어오는 추가 이주비 대출로 나뉜다. 기본 이주비 대출은 정부의 6·27 규제로 이후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축소됐다. 2주택자는 1가구를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을 못 받는다. 더욱이 10·15 대책 이후에는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40%까지 축소됐다. 감정평가액 15억원 이하인 주택을 보유한 조합원의 경우 최대한도인 6억원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조합들은 시공사 추가 이주비 대출을 통해 활로 모색에 나섰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공사로부터 추가 이주비 대출을 조달하는 사업장은 총 8곳(5900가구)이다.
하지만 추가 이주비 대출은 금리는 3~4%대인 기본 이주비 대출보다 1~2%포인트 높아 조합원들의 부담이 크다. 최근 동대문구의 모 조합 역시 시공사 측에서 금리 8.5~10% 조건으로 신용보강을 제안하면서 협의가 무산됐다.
다주택자 비율이 높은 재개발 사업장들은 세입자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조합원이 속출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이주비 대출을 선택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다가구 소유주들은 전세금을 돌려줘야 할 세입자가 여러 명이기에 추가 이주비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 추가 이주비 대출 조건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조합들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을 앞두고 새롭게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광진구 내 재개발구역 조합 관계자는 "과거 규제지역 LTV가 70%일 때를 기준으로 시공사가 신용보강을 통해 추가 이주비 LTV 30%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기본 이주비 대출 LTV가 40%까지 줄었고 다주택자들은 대출 자체가 안되니 추가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가 재협상에 응해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시공사 신용보강은 단순한 보증이 아닌 회계상 우발부채로 계상되기에 시공사 입장에서도 재무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강북의 모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시공사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며 "서울 강남이나 성수 등 핵심 입지를 제외하고 시공사가 신용보강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협상에 나설지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주비 대출을 옥죌 경우 장기적으로는 서울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1·29 대책을 통해 서울에 3만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지만 지난해 전·월세 거래량이 약 60만건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잠재 수요 대비 물량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비사업과 공공 공급을 병행하는 투트랙 공급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다주택자의 이주비 대출을 원천 제한하는 규제부터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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