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해룡면 신대천 주말 광장. 순천시 제공
"순천에 뭐가 있어요?" 순천을 방문한 다수 여행자가 이 질문을 던진다. 순천만습지와 국가정원, 갈대밭과 철새. 순천을 설명하는 단어는 오랫동안 자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26년의 순천은 더 이상 풍경만으로 설명되는 도시는 아니다.
순천이란 도시는 지금 '보는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장소'로 성격을 바꾸고 있다.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단순히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창작자가 머물고 이야기가 창작되고 경험하는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순천은 2026년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지정되며 총 198억 원 규모의 문화콘텐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하지만 이 도시의 전략은 대규모 축제나 단발성 행사와는 결이 다르다. 순천이 선택한 방향은 도시 전체를 콘텐츠 산업의 실험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콘텐츠 기업 36개 사가 순천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신규 콘텐츠 IP 58개가 만들어졌고, 애니메이션·웹툰·캐릭터 기업들이 도심 곳곳에 자리 잡았다. 케나즈, 로커스 등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기획-제작-유통-소비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지역 안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순천행'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높은 임대료와 경쟁에 지친 콘텐츠 기업들이 수도권을 벗어나 실제 제작 환경과 연결된 도시를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변화는 여행 풍경에서도 확인된다. 순천을 찾은 방문객이 마주하는 것은 완성된 전시장이 아니라 제작의 현장이다.
2026년 11월 열리는 콘텐츠 라이선싱 페어에는 국내외 바이어들이 참여해 지역 기업의 캐릭터·웹툰·애니메이션 IP를 직접 검토한다. 관광객은 결과물이 아니라, 계약과 기획이 오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순천의 또 다른 특징은 '정이 있는 사람이 사는 도시'라는 점이다. 올해 1월부터 전국에서 선발된 청년 창작자 57명이 4개월간 순천에 거주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머무는 곳은 '글로벌 문화콘텐츠 아카데미', 일명 '스튜디오 순천'이다.
교육은 현업 감독과 애니메이터, 웹툰 PD가 맡는다. 수료 이후에는 지역 기업과의 연계가 이어진다. 도심 카페에서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청년, 광장에서 캐릭터 테스트를 진행하는 팀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장면이 됐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제작실처럼 움직인다.
해 질 무렵이면 순천의 분위기는 또 한 번 바뀐다. 평범한 도로가 사람들의 무대로 변한다. '주말의 광장'이라 불리는 시민 참여형 거리문화 프로그램이다. 누적 방문객은 18만 명, 지역 소비 효과는 약 10억 원으로 추산된다. 잔디로드와 체험부스, 캐릭터 팝업스토어가 들어서고 관광객은 관람객이 아닌 참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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