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요구…현장 찾은 오세훈 "돕겠다"

서울시 정비사업 91% 규제 영향권
이주비 LTV 70%예외적용 촉구

정부, 현행 최대 11억원까지 가능
입장차, 규제 완화될지 미지수

정비사업 이주를 앞둔 조합원들의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지자 서울시가 정비사업 수익성 개선 장치와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도 전세자금대출 등을 활용해 최대 11억원까지 자금 마련이 가능한 만큼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주비 대책을 요구한 다음날인 28일 정비사업 현장을 찾아 돕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관악구 신림7구역 재개발사업 대상지를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2026.01.19 윤동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관악구 신림7구역 재개발사업 대상지를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2026.01.19 윤동주 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신정동 1152번지 일대 정비사업에 사업성 보정계수를 적용해 일반분양 물량을 약 40가구 늘릴 계획이다. 사업성 보정계수는 용적률 상향이나 분양 물량 조정 등을 통해 정비사업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장치다.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날수록 조합 수익이 확대돼 조합원 분담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 규제로 조합원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분담금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부담을 간접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주비 문제는 정비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이주 예정인 서울시내 정비사업 구역 43곳 가운데 39곳(약 3만1000가구)이 대출 규제 영향권에 놓였다. 전체 사업 구역의 91%에 해당하는 규모다. 오는 2월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는 시공사를 통해 추가 이주비를 조달하려 했지만, 시공사 측이 신용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은 아파트 분양을 포기하고 현금청산자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 규제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금융업 감독업무 규정'을 개정해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구분하고 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한 예외 적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규정을 보면 이주비 대출을 별도로 정의한 조항이 없어 가계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한 LTV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이주비 대출 LTV는 40%(최대 6억원)로 제한됐고, 다주택자의 경우 LTV가 0%로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아파트 두 채를 받는 '1+1 분양' 조합원의 경우, 준공 후 한 채를 매각한다는 조건의 약정을 맺으면 대출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규정 개정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정비사업 이주비를 단순한 가계대출이 아닌 주택 공급을 위한 필수 사업비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업 감독업무 규정에는 규제지역 내 서민·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이나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해 LTV를 일정 범위 내에서 가산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이 마련돼 있다.


서울시는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재건축·재개발·소규모 정비사업 등 정비사업을 포함한 주택의 이주비 대출에 한해 규정상 LTV를 최대 30%포인트 가산해 7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핀셋 완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1주택자의 경우 이주비 대출 6억원에 더해 이주 기간 무주택자로 간주, 전세자금 대출을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대상에 포함돼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금융당국은 이주비 대출과 전세대출을 병행할 경우 최대 11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식적으로 검토하거나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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