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춤 안 추나요?"에서 '183자 사과문'까지…비 콘서트 논란, 한·대만 온도차 극명

청각 장애인 팬 논란에 즉각 사과
'정체 중국어' 사용해 사과문 올려
공연장 접근성 문제로도 확산

가수 비(정지훈)가 대만 콘서트 도중 청각 장애가 있는 관객에게 "왜 춤을 추지 않느냐"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지만, 사후 대응을 둘러싸고 한국과 대만의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장애인 관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대만에서는 비의 사과 방식과 태도, 그리고 대만 사회의 정체성을 존중한 언어 선택에 대해 오히려 호평이 이어졌다.

지난 17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비는 단독 콘서트 'Still Raining: Encore' 공연을 진행했다. 비 인스타그램

지난 17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비는 단독 콘서트 'Still Raining: Encore' 공연을 진행했다. 비 인스타그램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17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비의 단독 콘서트 'Still Raining: Encore' 공연 중에 발생했다. 비는 스탠딩석 관객들과 소통하던 과정에서 휴대전화로 촬영 중인 한 여성 팬을 지목해 "왜 춤을 추지 않느냐"고 물었고, 해당 발언은 현장 통역을 통해 중국어로 전달됐다.


하지만 해당 팬은 청각 장애인이었고, 공연장에는 실시간 자막이나 청각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안내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팬은 비의 말과 통역사의 설명을 전혀 듣지 못한 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고,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춤을 안 춘 것이 아니라, 말을 들을 수 없었다"며 "비가 나를 말 안 듣는 팬으로 오해할까 봐 걱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20년 전에도 비의 콘서트에 갔는데, 공교롭게도 생일에 다시 말을 걸어줘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확산하자 비는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남기며 사과했다. 비는 "당신이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고,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연에 와줘서 감사하고, 생일을 축하한다"며 팬을 향한 존중과 감사의 뜻을 표했다.


비의 사과문은 183자 분량의 비교적 긴 글이었고, 공개 직후 SNS에서 빠르게 확산하며 25만 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특히, 대만 언론들은 비가 사과문을 작성하면서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가 아닌, 대만에서 사용하는 정체(번체) 중국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비의 사과문은 183자 분량의 비교적 긴 글이었고, 공개 직후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25만 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특히, 대만 언론들은 비가 사과문을 작성하면서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가 아닌, 대만에서 사용하는 정체(번체) 중국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비 인스타그램

비의 사과문은 183자 분량의 비교적 긴 글이었고, 공개 직후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25만 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특히, 대만 언론들은 비가 사과문을 작성하면서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가 아닌, 대만에서 사용하는 정체(번체) 중국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비 인스타그램

대만에서는 정체자 사용이 단순한 문자 선택을 넘어, 중국과 구별되는 문화·정체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가운데, 다수 해외 연예인과 글로벌 콘텐츠가 대만 팬들을 대상으로 간체자를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비의 선택은 "존중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현지 언론들은 "천왕 비가 정체 중국어로 직접 사과했다", "언어 선택에서 진심이 느껴졌다"는 제목으로 잇따라 보도했고, 팬들 역시 "2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겠다", "사과의 내용과 방식 모두 성숙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선 이번 논란이 개인의 발언을 넘어, 대형 콘서트 현장에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시스템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해당 팬은 "공연장에 실시간 자막이나 수어 통역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형 공연에서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서비스, 진동 장치, 수어 통역 구역 등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선택적·부분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비 또한 사과문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의 공연을 더 세심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개인의 사과를 넘어 공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의지를 언급했다. 이번 해프닝은 문화적 맥락과 장애 인식, 그리고 글로벌 스타의 책임 있는 대응이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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