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또 대행…문체부 산하기관 '수장 공백' 장기화

국립국악원 등 1년이상 공백 상태 행정 리스크
관광공사·교육진흥원 기관장 임명 '해소 조짐도'

1년 이상 '수장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과 공연예술단체가 속출하고 있다. 국립국악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핵심 기관들이 장기간 대행 체제에 머물면서 정책 결정과 예산 집행, 중장기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문체부 내부 인사 적체가 맞물리며 문화행정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문체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국립국악원은 차기 원장이 1년7개월째 임명되지 않은 채 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예술단(1년6개월), 한국콘텐츠진흥원(1년4개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1년1개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1년) 등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모두 차기 수장이 정해지지 않아 사실상 장기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기관들이다.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현직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은 지난해 2월 임기가 종료됐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현재까지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임기가 끝난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와 지난 9일 임기가 종료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위원장 역시 후임이 공석이다. 특히 아르코는 차기 위원장을 선출할 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아, 당분간 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대행, 또 대행…문체부 산하기관 '수장 공백' 장기화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혼란 속에서 문체부 인사 적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립국악원과 한국영상자료원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해 초 인선 절차를 추진했다가 국악계와 영화계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새 정부 국무위원 가운데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가장 늦게 임명됐고, 문체부가 산하 공공기관 수가 가장 많은 부처라는 점도 인사 지연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 장관이 이번이 첫 공직 경험이라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장관은 그간 업무 파악을 우선하며 인선에 신중한 기조를 유지해왔다.


차기 수장을 기다리고 있는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기관장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내부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미루게 된다"며 "처리해야 할 주요 행정 사안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기관장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다음 달 12일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임기가 종료되고, 3월 12일에는 박인건 국립극장 극장장의 임기가 끝난다. 4월에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과 유은선 국립창극단 단장, 김종덕 국립무용단 단장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된다.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의 임기도 5월까지다.


다만 최근 일부 인선이 진행되면서 적체가 완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기존 국 단위로 나뉘어 있던 콘텐츠산업 진흥, 미디어 정책, 저작권 보호, 국제문화교류·협력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미디어산업실이 신설되는 등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최 장관의 조직 운영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인선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조직 개편 이후 2년간 공석이던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박성혁 전 제일기획 글로벌부문장(부사장)이 임명됐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에는 임진택 전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이 선임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지난달 29일 차기 원장 공개 모집을 마감하고 후보자 면접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차기 원장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상자료원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역시 최근 차기 기관장 공모 절차에 착수했으며, 국립국악원도 지난해 말 원장 공모를 공지한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임명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검토할 사안도 많아 외부에서는 인사가 지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인선을 서두르고 있으며, 임기 만료를 앞둔 국립예술단체 수장들의 후임 인선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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