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두 공장과 인쇄소, 레미콘 공장이 있던 성수동이 불과 10년 만에 SM엔터테인먼트, 무신사, 아이아이컴바인드, 크래프톤 등 젊은 기업들이 밀집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2013년 1만323개였던 기업체는 2023년 1만9200개로 약 2배 증가했고, 산업 종사자는 7만7000여명에서 12만4000여명으로 늘었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6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024년 성수동의 경제적 가치는 1조5497억원으로 10년 전보다 3.5배 상승했다.
10일 오후 서울 성수동 펍지성수에서 열린 책 '성수동' 출간기자간담회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그 중심엔 2014년부터 성동구청장을 역임해 온 정원오가 있다. '붉은 벽돌 건축물 지원' 정책으로 도시의 고유한 감각을 높이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과 '소셜벤처 육성' 정책을 전국 최초로 추진해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시킨 혁신가. 비결을 묻는 말에 그는 최근 펴낸 책 '성수동'(메디치미디어)를 통해 "버려진 공장과 창고, 인쇄소와 철제문 사이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해석의 여지가 있었고, 이런 여백은 창작자와 창업가를 끌어들였다. 브랜드의 서사와 공간의 감성이 일치하고 창작과 창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곳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하나의 '경험지'로 자리매김했다"고 답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칭찬을 받아 화제가 된 그는 어떻게 공직에 발을 들이게 됐을까. 10일 서울 성수동 펍지성수에서 열린 '성수동' 출판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5년 전 출마 당시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출마했다. 당시 지역에 머물고 싶다는 비중이 50% 이하였는데 지금은 90%가 넘는다"며 "일터와 쉼터와 삶터가 조화를 이루는 곳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임기 초 약속한 100가지 약속 중 95개를 이뤘더라. 95점은 받은 것 아닌가 싶다"고 자평했다.
올해로 25년째 성동구에 거주하며, 2014년 임기를 시작한 정 구청장은 서울숲 방문객들이 성수동 골목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단절된 유휴부지에 '언더스탠드에비뉴'라는 징검다리를 놓았고, 자생적 변화가 없고 노후화가 심각한 강변 일대는 과감히 공공 주도 재개발을 추진해 변화를 주도했다. 또 2017년 '붉은 벽돌 건축물 지원' 정책으로 성수동만의 독특한 붉은 벽돌 분위기를 조성했다. 2015년에는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해 임대료 안정에 건물주와 임차인이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성수동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평당 2000여만원이던 땅값이 1~2억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인기가 높은 곳은 4억원을 호가한다. 임대료 역시 9억원을 넘는 성수동 고가 점포 비중이 20%에 달한다. 정 구청장은 "환산보증금제도(상가임대차)가 9억원이 넘으면 혜택을 못 받는데 이 기준이 폐지될 필요가 있다"며 "모든 업종에서 모든 세입자가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입법 후 국회에서 속도가 안 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땅값 상승과 관련해선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와 협의가 돼야 하는데 (성동구의) 거래량이 워낙 적어 어렵다고 하더라"며 "법과 제도로 안 된다면 성수동의 기업과 시민이 서로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로 3선째인 정 구청장은 다음 행보로 서울시장직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의 성공 사례를 다른 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에 그는 "제2, 제3의 성수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도 "그곳만의 매력을 발견하고 맥락과 스토리, 히스토리를 함께 찾는 것이 관건"이라며 "맹아는 반드시 그 지역 안에 있다. 그걸 찾아 정책화하는 것이 행정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성동구의 자랑거리 중 널리 확대하고 싶은 것을 묻는 말에는 흡연부스를 꼽았다. 그는 "특정 지역 흡연 민원이 300건 이상 들어올 정도로 갈등이 심했는데, 병원의 음압 장치 원리를 적용한 흡연부스를 설치한 후 민원이 제로가 됐다"며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가 만족한다.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답변을 유보했다. "다음 주 구의회 예산과 사업계획 처리를 완료한 후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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