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형석 작곡가, K저작권 시장 개편 공약 "배수진 치겠다"

제25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출마
해외 징수 누수·OTT 정산·AI 시대 대응
"창작자 권익 보호 위해 구조 재정비"

김형석 작곡가. 본인 제공

김형석 작곡가. 본인 제공


"배수진 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임하겠습니다."


19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김형석 작곡가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제25대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올해 예순이 된 만큼 젊은 창작자와 선배 세대 모두의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중간 위치에 있다"며 "2030세대 창작자들의 협회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누군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석은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과 함께 1990~2000년대 K팝 전성기를 이끈 대표적 창작자다. 그는 "출마 발표 전날 진영이와 통화를 했는데, 그가 '형, 퇴임하는 그날까지 한 점 부끄럼 없이 하자'고 말하더라.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며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진영이뿐 아니라 결국은 저 자신이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그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해외 징수 체계의 구조적 결함이다. 미국의 MLC(Mechanical Licensing Collective)는 음악현대화법(MMA)을 기반으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기계적 복제·전송권 로열티를 일괄 징수·분배한다. 작품·음원 코드(ISWC·ISRC)가 정확히 매칭돼야 정산이 이뤄지며, 매칭되지 않은 로열티는 U-PIC(Unclaimed Usage) 리스트로 이동한 뒤 일정 기간 이후 미국 내 기금으로 전환된다.


김형석은 "MLC가 매년 약 7000억원을 분배하는데, K팝이 최소 2%를 차지함에도 실제 회수액은 2억원 수준"이라며 "한국 측 등록·매칭 오류와 노후한 대리업체 시스템 때문에 정당하게 받아야 할 금액 대부분이 누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텐센트·왕이윈뮤직이 주도하는 약 38조원 규모 시장인데, 우리가 회수하는 금액은 7억원에도 못 미친다"며 "코드 매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중·미 3대 시장에서 발생하는 누수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형 'K-MLC' 시스템 도입을 강조했다. "정부와 협력해 글로벌 징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국 MLC·중국 MCSC와 직접 연동해야 한다"며 "문제를 확인했다면 즉시 개선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집행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방송 분야 역시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김형석은 "대법원 판결은 총매출 기준 정산이 맞다고 적시했지만, 일부 단체가 과거 순매출·아이디 기준으로 계약해 잘못된 선례가 남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큐시트 확보, 요율 조정 등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플랫폼 환경에 대해서는 "유튜브 중심의 독점 구조가 고착돼 있고, 스트리밍사·방송사 모두 광고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시장이 무너지면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상력도 약해진다"고 진단했다.

김형석 작곡가. 본인 제공

김형석 작곡가. 본인 제공


인공지능(AI) 시대 대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전 국민이 AI로 작사·작곡할 수 있는 시대"라며 "창작 로그 기록, 분배 투명성, 블록체인 기반 관리 체계를 확립하지 못하면 저작권의 주도권이 협회가 아닌 IT 플랫폼으로 넘어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AI는 분명한 '골든타임'이 있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늦는다"고 말했다.


협회 내부 운영 문제에 관해서는 한층 직설적이었다. 그는 "협회에는 파벌이 있는데, 파벌이 존재하면 쇄신은 불가능하다"며 "저는 연임할 생각도 없다. 못하면 책임은 전적으로 제 몫"이라고 말했다. 전문경영인(CEO) 제도 도입,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반 운영, 이사회·위원회 전 과정 공개 등도 개혁안으로 제시했다. "필요하다면 회의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할 수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형석은 협회의 브랜드 가치 제고도 과제로 꼽았다. 그는 "홍보 조직도 없고 위기관리 대응 체계도 부족하다. 조직은 커졌지만 내실은 허술하다"며 "신인 송캠프, 원로 복지 등 모든 사업은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복지재단 설립에 대해서도 "기존 예산만으로 복지와 운영을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 연구개발(R&D)·기업 후원 등 외부 자원을 연계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임기 동안 창작 활동을 중단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그는 "곡 리메이크 작업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회장으로서의 역할이 우선"이라며 "회원들을 만나면 책임감이 더 커진다. 그 마음을 잃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