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제조업을 모든 분야에서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경쟁국인 한국이 추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 등 신산업의 경우 공급망까지 장악하고 있어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인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 전략마저 발휘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산업 간 교류를 통한 혁신, 노사관계 재정립, 지방 소규모 제조업 클러스터 등이 제시됐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오후 열린 '경제안보 시대 한국 제조업 강화 방안' 정책심포지엄에서 '중국의 세계 제조업 장악 경로'를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지 위원은 "중국은 미국이 제조업을 아웃소싱(외주화)한 후 겪은 사회적 문제 등을 교훈 삼아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신발이나 가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 업종에서도 중국은 수출 경쟁력과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이나 일본 등 수출형 제조업 국가가 겪은 역사적 경험과 다른 양상을 겪고 있다고 했다.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가 부족한 점과 해당 산업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플랫폼 업종으로 성격이 변화하면서 후발국의 빠른 추격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자본집약적 산업에서도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지원을 하고 있어 경쟁이 어렵다고도 했다. 예를 들어 반도체·석유화학 등 한국의 수출 상위 업종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한 기업이 많은데, 모두 국가의 지원을 받은 국유기업이다.
새롭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한국이 더욱 큰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 위원은 "중국은 초기시장을 만들고 산업생태계를 형성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공급망을 장악하는 패턴으로 신산업에서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산업 업종에서 중국은 개발-시장화-양산-판매 모두를 자체 소화할 수 있어 외국 후발 기업에 빠른 추격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한국의 성장 모델인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시됐다. 민태기 S&H 연구소장은 조너선 아이브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와 스페이스X를 예시로 들며 타업종과의 교류를 통해 독창적인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플의 영업이익은 80%를 넘고, 스페이스X의 우주왕복선도 미국에서 만들지만 값싸게 만들고 있다"며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값싼 임금을 지불해 제품 단가를 낮추지 않고 디자인을 통해 설계를 바꿔 제품을 싸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른 영역의 지식을 활용해 기술에 적용하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제조업에서 인력을 활용하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고 사용자단체가 노동 현안을 노동자와 조정하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주체 간 조정행동을 통해 노동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기술(IT)뿐 아니라 제조업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일어나면서 지방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소규모 제조기업을 키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제조 클러스터(단지)를 만드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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