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철강산업의 위기감이 확산함에 따라 한국 철강산업 생존력 확보와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 재편에 나선다. 공급과잉 품목 중 시장 자율적 조정 가능성이 낮은 '철근'은 설비 규모를 축소하고, 특수강 등 미래유망 품목은 과감한 선제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경기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강진형 기자
산업부에 따르면 철강의 글로벌 공급은 2021년 4억4000만t에서 2024년 5억9000만t으로 늘었다. 올해 3분기 철강 수출액도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반면 수입재 침투율은 2021년 26%에서 2024년 31%로 증가했다. 2010년부터 이어진 국내 수요 5만t도 지난해 붕괴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철강산업이 수출 감소와 수입 증가, 내수 감소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 탓에 철강 기업들의 업황은 역대 최악 수준으로 위기 징후가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공급과잉 품목에 대한 선제적 설비 규모 조정 기준으로 '철강 설비 규모 조정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품목 경쟁력과 공급과잉, 기업의 자발적 설비조정 계획, 국내 수요 대비 수입액 비율(수입재 침투율) 등을 고려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3대 원칙은 철강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전 세계적 공급과잉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범용재 경쟁력만으로는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마련됐다"며 "이는 철강업계의 자율컨설팅, 민관합동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 집중 운영, 업계 의견수렴 등을 토대로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공급과잉 품목, 선제적 설비규모 조정= 3대 원칙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공급과잉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수입재 침투율이 낮은 철근에 대한 설비 규모 조정 여건 조성에 중점 착수한다. 이를 위해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 진행 가능성 및 이와 연계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검토하고, 필요시에는 국회 협의를 거쳐 철강특별법 등의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철근.(자료사진)
공급과잉에 직면해 있지만, 기업 설비 조정 계획 있는 형강·강관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등과 연계해 지원한다. 열연·냉연·아연도강판 등 기타 공급과잉 품목들은 높은 수입재 침투율을 고려해 수입재 대응을 우선한 이후 그 효과를 살펴 단계적 설비 규모 조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쟁력이 유지돼 공급과잉 여건이 양호한 것으로 전망되는 특수강·전기강판은 과감한 선제 투자에 나선다. 기업의 선제투자를 촉진하고, 특수탄소강 관련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는 한편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수요 선제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해외 수출장벽·국내 불공정 수입 대응= 정부는 미국의 철강 50% 관세와 유럽연합(EU) 세이프가드의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전환 제안에 대해서도 양자 협의를 병행하며 대응하기로 했다. 수출 기업의 당면한 애로 해소를 위한 후속 조치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4000억원 지원 규모의 '철강 수출공급망 강화 보증상품', 1500억원 지원 규모의 '철강·알루미늄·구리·파생상품 이차보전사업' 신설을 포함해 철강·알루미늄·구리·파생상품 기업의 정책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지원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불공정 수입재 단속은 강화한다. 정부는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를 공정하게 진행하면서, 관세청-산업부-철강협회 등 관계기관 간 협업체계를 구축해 정보의 적시 교환을 통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수입 대응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강화한다. 품질검사증명서 의무화를 활용한 철강재 수입 모니터링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고, 관계기관과 협업해 보세구역 관리 강화를 추진한다. 또 현재 철강 부원료 17개 품목 중 7개 품목에 인정되는 할당관세 대상 품목도 확대한다.
◆미래유망 특수탄소강 등 투자 가속화·저탄소 공정 전환 본격 지원= 정부는 특수탄소강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R&D 로드맵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기반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관련 기술의 신성장원천기술 지정 등 세제 혜택 부여 방안도 관계부처와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저탄소 공정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도 본격화한다. 저탄소 철강 기준과 인증제도, 저탄소 철강재 수요 창출 기반 마련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 근본적으로는 그린경쟁력의 대도약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전환이 필요한 만큼 올해 6월 8100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경제성 있는 청정수소의 충분한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 마련 등 수소환원제철 지원을 확대해 나간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방안을 철강산업의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아 산업의 구조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를 촉진해나갈 방침"이라며 "현장의 의견을 지속해서 반영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철강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궤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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