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 집권당이 26일(현지시간) 압승을 거뒀다.
기예르모 프랑코스 아르헨티나 수석장관(총리급)은 이날 오후 9시 20분께 기자 회견을 열고 "오늘 상·하원 선거에서 90%가량 개표한 상황에서 자유전진당이 40.85%,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좌파 포퓰리즘 성향 정치 이념) 야당이 24.85%를 각각 득표한 것으로 잠정적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밀레이 대통령의 지난 2년에 대한 성적표로 여겨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의원 24명(전체 72명의 ⅓)과 하원의원 127명(전체 257명 중 약 절반)을 선출한다.
선거 당국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전진당은 이번 선거 결과 총 하원 64석, 상원 13석을 차지하게 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당 동맹(범여권)은 기존 의석을 합쳐 86석을 확보하는 1차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원 86석은 전체 의석의 약 3분의 1에 해당해 야권 단독 입법을 견제하고 정부 입법안에 대한 야당의 부결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저지선이다.
257명 중 범여권 규모는 집권당 81명을 포함해 11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80명 선이었다. 페론주의 야당 의석은 99명으로, 원내 1당 지위는 유지하지만 영향력 축소는 불가피하다.
상원에서도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주요 개혁안 협상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여당 선거대책본부(리베르타드 호텔)에서 "오늘 우리는 전환점을 넘었으며, 2023년 (정부 출범 후)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재신임해 주셨다"며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실패 모델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호를 인용해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밀레이 대통령에게 축하를 전하며 "아르헨티나 국민이 그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정당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사격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미의 '핵심 우군'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히며 아르헨티나 경제난 해소를 위해 400억달러 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그 조건으로는 선거 승리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밀레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 지원을 언급하며 "선거에서 패배하면 아르헨티나에 관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닮은 정치 스타일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2월 취임 직후 '전기톱 개혁'으로 불리는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펼쳤다. 200%가 넘던 물가상승률을 30%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과 가족 등 측근들의 부패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로 인해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약 2년 만에 시험대에 올랐으나 이날 중간선거 승리로 남은 2년여간의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아르헨티나 여론조사기관 '수반 코르도바'의 구스타보 코르도바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선거 결과는 과거 정부의 경제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밀레이) 정부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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