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북극의 광물, 에너지 자원 없이는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북극서클총회 의장인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Olafur Ragnar Grimsson) 전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 주요국이 북극서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북극서클총회는 2013년 이래 매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개최되는 북극 관련 최대 국제 포럼이다. 기후변화, 과학기술 연구, 지속 가능한 발전 등 북극 이슈를 폭넓게 논의하는 장이다. 올해는 70개국에서 온 2000여명이 16~18일 북극서클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전 아이슬란드 대통령(북극서클 의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레이캬비크 하르파 콘서트홀 회의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선희 기자
그림손 의장은 극지 연구에서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그림손 의장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북극 이사회 옵서버 가운데 한국이 가장 모범적이라고 소개한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림손 의장은 1996년부터 20년간 아이슬란드 대통령직을 역임하면서 2015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아이슬란드 간 북극 관련 교류와 협력이 급물살을 탔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2년째 북극서클총회를 직접 주관하고 있는 그림손 의장은 여든살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총회 시작 하루 전까지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그림손 의장과의 일문일답.
-북극서클총회가 10년 넘게 이어지며 글로벌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2013년 북극서클을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빙하로 뒤덮인 지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적었다. 그러나 점차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등 모든 대륙의 미래가 이 지역의 변화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깊어졌다. 빙하 지역의 변화 없이는 지구의 미래를 이해하기 어렵다. 협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만나 소통하며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믿는다.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심한 상황에서도 북극서클의 동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북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정학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10~20년 후 모습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에너지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 세계 주요국은 북극과 그린란드, 러시아 지역의 광물 및 에너지 자원 없이는 21세기 후반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도 북극의 에너지와 광물 자원에 대한 접근 없이는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을 이어가기 어렵다.
-현재 북극권 핵심 국가인 러시아는 2021년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인 이후 다자협력 무대에서 빠졌다.
▲그렇다. 다만 내 경험상, 전쟁을 시작하기 2~3년 전부터 이미 러시아는 다른 국가들과 북극의 미래를 위한 논의 참여 의사가 줄었다. 러시아 내에서 열린 회의에는 참여했지만 해외에서 개최된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전쟁 전부터 러시아는 자체적으로 북극 정책을 재정립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키기 1년 전에 북극 업무를 외교부가 아닌 극동북극개발부로 이관했다는 점이 방증이다. 이는 러시아가 북극 정책을 서방과의 협력보다 아시아와의 관계로 더 집중하겠다는 행정적 신호였다.
그림손 의장(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북극서클 총회에서 크리스트륀 프로스타도티르(Kristrun Frostadottir) 아이슬란드 총리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북극서클
-북극서클총회에는 북극권 국가뿐만 아니라 비북극권 나라들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참여가 갖는 의미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중국이 북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서양권 국가의) 언론에서는 (중국의 북극 활동을) 경계하기도 한다. 내 대답은 항상 '한국부터 얘기해보자'라고 한다.
한국은 극지연구소를 중심으로 200명 이상의 숙련된 과학자가 있고, 신형 연구 선박도 있다. 북극과 남극 모두에서 글로벌 협력에 강력히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이렇게 빙하 지역의 미래를 연구하나. 그린란드 빙하의 4분의 1만 녹아도 전 세계 해수면이 2m 상승하게 되고, 이는 한국 해안지역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결국 한국의 미래는 극지 빙하의 변화에 달려있다. 따라서 미래 위험을 조기 경고할 과학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국은 이를 잘해나가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극지 연구 노력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은 빙하 지역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30년 장기 극지 과학 계획을 가진 유일한 국가다. 나는 다른 국가들에 한국을 본받을 것을 권한다. 한국은 아시아 해양 국가로서 극지 연구와 글로벌 협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북극항로'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높다. 한국의 북극 협력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단순히 조선 강국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해운과 선박 운항에서도 중요한 국가다. 북극 빙하가 계속 녹아 북극항로가 기존의 남쪽 경로를 점점 대체하게 되면 한국은 전 세계 해운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북극의 세 항로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발전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과 아이슬란드의 협력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수십 년 동안 매우 흥미로운 관계를 유지해 왔고, 지금도 (협력이) 활발하다. 처음에는 자동차와 기술 등 일부 산업에 맞물린 상업적 관계였으나, 점차 북극·해양·해운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이 확대됐다. 한국은 항상 북극서클총회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왔다. 한국 정부와 여러 과학 연구기관이 점점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유럽과 미국에 아시아의 북극 협력을 설명할 때 늘 한국을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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