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능이 제외되면서 핵심 정책 권한이 사라진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가 '내부 조직 개편'을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정책조정국을 정책조정실로 승격하는 등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져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기재부 소식통에 따르면, 기재부는 금융당국 개편안 백지화와 예산 분리 이후 재경부의 조직 설계 구도를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예산과 금융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실질적인 정책 조정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팽배한 만큼, 조정 기능 강화 방안이 무게감 있게 고민되는 분위기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정책조정국을 '정책조정실'로 승격하는 개편안이 거론되고 있다. 예산처 분리로 조직이 축소된 만큼 남은 경제정책과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이형일 1차관은 지난달 29일 기재부 내부 간담회에서 정책조정실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에 "조직 변화, 업무 혁신을 통해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국고국 또한 국고실로 승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1차관 라인에는 세제실과 차관보실(경제정책실)을 그대로 유지하되 새로 신설되는 정책조정실은 2차관 소속으로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관은 '경제정책·세제·기획조정 중심', 2차관은 '정책조정·국제·국고·공공 중심'의 이원화 체계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기재부는 1차관은 세제·차관보(경제정책·정책조정)·국제 중심, 2차관은 예산·국고·재정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행정안전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정책조정실과 국고실로 모두 승격하는 방안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급 실장 두 명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행안부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두 국을 실로 승격하는 형태가 아니라 제2차관보(1급)가 정책조정 라인과 국고국을 모두 관할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재경부는 금융당국 흡수 백지화로 큰 피해를 본 만큼, 일부에서는 재경부 요구가 반영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정책조정실 승격 가능성을 두고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쏟아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타 부처를 리드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자원이 사라진 만큼 조정 역할을 떼버려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재경부는 예산처 분리와 금융기능 흡수 제외로 '세제청 전락' 우려에 휩싸인 상태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예산·금융이 빠진 재경부가 정책조정국을 실로 승격한다고 컨트롤타워 역할이 마련되겠냐"라며 "정책조정 기능 자체를 빼고 가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 재경부와 분리되는 기획예산처도 국가의 장기 전략을 구상하기 위한 조직 설계에 분주한 분위기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예산처가 설계해 흥행했던 '비전2030'과 같이 장기 전략을 지속적으로 내놓기 위해 국가발전전략 수립 기능을 하는 조직 별도 구성에 분주한 분위기다. 다만 예산처는 행안부와의 협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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