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균 서울연구원장 "보편적 지급 반복되면 시장 불안… 우선순위 정교히 설정해야"

서울시 싱크탱크 '서울연구원' 개원 33주년
오 원장 "효과·필요성 기준의 전략적 지원해야"
규제 개혁 집중… "공무원 적극적으로 고민 필요"
"AI, 빅데이터 신기술 결합 융합연구 강화할 것"

"보편적 지급이 반복될 경우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지원 우선순위를 보다 정교하게 설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오균 서울연구원 원장이 생각하는 복지는 '지속가능한 민생 안정'을 기반으로 한다. 재원이 한정된 상태에서는 단순한 보편 지원보다 효과와 필요성을 기준으로 한 선별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개원 33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연구원에서 만난 오 원장은 정부의 소비쿠폰 발행에 대해 "단기적으로 소비 심리를 자극해 내수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보편적 지급이 반복될 경우, 소비가 특정 업종으로 쏠리거나 자산시장이 자극받아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 개혁' 역시 민생 회복을 위해 우선순위로 꼽고 있는 분야다. 원장 취임 후에도 그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 위원장 자리를 놓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 원장은 "규제를 풀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책임 소재에 휘말릴 수도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좀 더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공식 싱크탱크로, 국내 최대 규모 융합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을 총괄하고 있는 오 원장의 역할은 주목된다. 오 원장은 지난 3월 제30대 대한민국시도연구원협의회장으로 취임해 전국의 시도연구원과 소통하며 협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오 원장이 협의회 중점사업으로 '지방분권 공고화'를 선정하고 협의회 차원에서 '중앙 권한이양 방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가 포럼을 열어 제도 개선과 재정 자율성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며 "앞으로도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균 서울연구원 원장은 3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규제 개혁'을 강조하며 "지방자치단체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좀 더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오균 서울연구원 원장은 3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규제 개혁'을 강조하며 "지방자치단체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좀 더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서울시도 소비쿠폰 발행으로 인한 자산시장 자극을 우려했다.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읽히는데.

▲코로나19 시기 긴급재난지원금 사례에서도 확인되듯,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즉각적인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주거·자산시장의 변동성이 큰 서울에서는 부작용을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이나 영세 자영업자처럼 생계와 직결되는 계층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집중돼야 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유지로 이어질 수 있는 업종에는 맞춤형 지원이 설계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소비쿠폰 발행에 서울시와 자치구는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 국고보조율 등 불합리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소비쿠폰 발행에서도 서울시는 약 3500억원, 자치구는 약 25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서울만 다른 국고보조율로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서울시 예산 규모가 커 보이지만 실제 자치구 지원, 교육청 지원, 국고보조사업 등 법정 의무지출이 전체의 65% 이상을 차지해 재정 여력은 제한적이다. 이 문제는 지방재정권 확대와 국가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로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겠다.


-서울시는 올해를 규제 철폐 원년으로 삼았다. 연구원이 함께 다뤄볼 분야가 있다면.

▲주택 분야에서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불합리한 규제 철폐를 통해 공급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산업들이 모호한 규제로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 중이다. 규제혁신연구단을 중심으로 정책 현장과 시민 목소리를 반영해 개선에 나서겠다. '경제 재도약'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서울시는 선별적 복지 지원책으로 '약자동행'을 추진 중이다. 다양한 분야로 폭넓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연구원은 약자동행이 정책 전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 단계의 기준 마련부터 집행 점검, 사후 평가까지 연구적 기반을 강화하고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디지털 격차 해소, 중산층 내 취약계층 지원, 자치구별 특화사업 확산 등으로 진화할 것이다. 실행 과정의 사각지대를 면밀히 점검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겠다.


-조직개편을 통해 인공지능(AI) 분야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내부적으로는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연구 업무에 도입 중이다. 지난 30년간 축적된 연구보고서와 서울시 자료를 활용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윤리, 보안, 데이터 편향,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문제들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부작용과 소외 분야에 대한 대책까지 체계적인 연구를 병행 중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민간 정비사업 중심 공급'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서울연구원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공공보다는 민간 주도사업이 효율성, 신속성 측면에서 방향성이 맞다. 다만 민간 정비사업만으로는 서민 주거 안정이나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주거 정책 수립에 한계가 있어 미리내집 등 다양한 방식의 공공임대 확대 같은 보완적 전략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주택 수요·공급 예측, 인구 구조 변화 분석 등 다양한 연구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디지털트윈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장기 수요 전망, 정비사업과 공공주택의 연계 모델 발굴, 절차 간소화와 규제 조정 방안을 제시하겠다.


-서울이 개발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있다.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가 있다면.

▲광복 80주년을 맞은 서울은 앞으로의 80년을 준비해야 한다. 시민들이 일상을 즐기고 쾌적한 라이프 사이클을 갖도록 하는 데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서울 경쟁력은 기후위기 대응, 기술 혁신, 약자 동행 등 사회적 포용과 문화적 매력 같은 가치 구현에 달려 있다. 이같은 가치를 정책과 제도 속에 구체화하도록 하겠다.


-서울연구원 원장으로서 3년 임기 중 절반이 지났다. 남은 임기 목표는.

▲임기 전반은 서울기술연구원과의 통합에 힘을 기울였다. 이제는 가시적인 융복합 연구 성과들을 산출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노후 인프라 안전, 복지·돌봄과 같은 생활밀착형 과제에서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결합할 수 있도록 융합연구를 강화하겠다. 다소 연구가 부족했던 문화예술, 관광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연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오균 서울연구원 원장은 3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서울연구원은 생활밀착형 과제에서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결합할 수 있도록 융합연구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윤동주 기자

오균 서울연구원 원장은 3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서울연구원은 생활밀착형 과제에서 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결합할 수 있도록 융합연구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윤동주 기자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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