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총리 "대미 협상, 시간에 쫓기지 않아…일방적 희생 수용 어려워"

한미 관세협상서 국익 우선 강조
경제 감당 능력 벗어나면 문서화 안 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대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한국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우리 국익의 차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협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미국 상무장관이 대한민국이 조성하는 3500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500조원에 가까운 기금의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손실리스크는 한국이 부담하고, 수익의 90%를 미국에 귀속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는데 대체로 사실이냐'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구체적인 내용 확인은 하지 않은 채 이같이 답했다.

미국의 요구 대응과 관련해 김 총리는 "1500억달러를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2000억달러는 반도체나 원자력 에너지 등 우리로서는 전략 산업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설정하는 것이 우리 협상팀의 기조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 우리로서는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길게 보면 한미 간 상호 윈윈이 되어 우리 경제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어 액수만 갖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통화스와프라든가 채권발행 이런 걸 통해서 출자하는 경우 정부의 실질적 부담이 많이 줄 수 있다"면서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을 지원하게 된다면 더욱 그런 우려가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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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전략과 관련해 "대전제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감당 능력에서 볼 때 감당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문서화하지 않는다는 것들이 기본"이라고 소개했다.


미국과의 협상 내용 공개와 관련해 김 총리는 "결론이 난 게 아니더라도 어느 시기에는 필요하면, 국민들께 공유하고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의무감도 갖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아주 디테일을 놓고 협상을 하는 단계여서 심지어 언론에 조금 나오는 부분들이 있더라도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기에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언주 "대미 투자, 제조업 생태계 이식으로 전수해야"

한미 관세협상 문제와 관련해 무너진 미국 생태계에 우리가 기술력과 노하우를 이식하는 점을 내세워 설득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대미 투자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펀드 통한 기업 매수나 단순 투자가 아니다"라면서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미국에서 제조업 생태계를 우리가 이식해 주는 이게 우리 기술력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조선이나 원자력 분야 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며 "협상 과정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김 총리는 한미 협상 내용과 관련해 재정 부담 등이 있을 경우에는 국회에 동의를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전날에 이어 재차 확인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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