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얼마나 더 상승할지 궁금하게 한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약 40% 정도 상승했으니, 많은 사람이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명목화폐 가치의 하락위험에 대한 대비 등등. 그런데 높아진 금값의 배후에는 정치적, 이념적 논리도 작동한다.
론 폴(Ron Paul)과 같은 미국 정치인들은 수십 년간 금화를 판매하고, 뉴스레터를 통해 사회 및 경제 붕괴가 임박했다면서 귀금속 확보의 필요성을 외쳤다. 그들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명목화폐를 옹호하는 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조장하여 일반 저축자들을 착취하고 복지 수혜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며 해외 전쟁 자금을 댄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유로존(유료화 사용 20개국) 위기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 금본위제를 주장한다. 당 자금 조달을 위해 온라인 금 상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AfD의 페터 뵈링거(Peter Boehringer)는 해외에 보관된 독일의 금을 국내로 가져오라는 캠페인을 시작해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했다. 그는 명목 화폐 시스템을 "세상을 불태울 불쏘시개"라고 경고했다.
이들 금본위제 옹호론자들은 명목 화폐가 복지 국가 정책, 해외 원조, 전쟁 등 '화폐 사회주의' 정책 자금을 조달해 사회를 부패시키고 도덕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뵈링거는 "나쁜 돈이 나쁜 사람을 만든다"고 주장하며 명목 화폐가 "우리 사회와 정치, 가족과 가치를 파괴하고 서구 문명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금본위제는 정부가 화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을 막는 장치로, 정부의 권력을 제약하고 국민의 자유와 사유 재산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들은 명목 화폐를 통해 평등주의 정책과 복지 국가가 가능하게 됐다고 분석하는데, 이는 인간 본성과 사회 질서에 역행한다고 본다. 즉 사회적 불평등은 타고난 것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이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본위제는 정부가 이러한 부자연스러운 사회 정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일부 옹호론자들은 금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 기독교적 가치에 기반한 시스템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국가의 주권이 정부의 제한 없는 화폐 발행 권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금본위제와 같은 '하드 머니'에 의해 제약될 때 진정으로 보호된다고 주장한다. '하드 머니'는 영토나 민족이 아닌 귀금속 기반의 화폐 시스템 자체에 대한 국가적 감정인 '아우리 애국주의(auripatriotism)'를 형성한다고 한다. 이는 불확실한 시대에 가치를 유지할 안전 자산을 찾는 투자 전략이기도 하다.
요컨대 금본위제는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국가의 과도한 개입과 재분배를 비판하고, 자유 시장 원칙과 타고난 사회적 불평등을 옹호하며, 특정 형태의 애국심과 도덕적 질서를 회복하려는 급진적인 정치적 비전을 담고 있다. 또 금본위제 옹호론자들은 금본위제를 사회 전반의 도덕적, 문화적, 그리고 영적인 건강을 지키는 수단으로 여기고, 특히 기독교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세계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금본위제라는 '하드 머니' 개념은 '타고난 인간 본성' 및 '견고한 국경'과 함께 극우 보수주의 이념의 핵심적 내용이 된다.
김동기 '달러의 힘' 저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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