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세종 모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제공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차라리 25% 관세를 감수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의 미래와 동맹 관계, 그리고 협상 주도권을 좌우하는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16일 세종시 모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관세 인상은 단순히 액수만 놓고 보면 감내 가능한 수준일지 모르지만, 한국 산업 전반에 부담을 초래한다. 다가오는 세대를 이어갈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합리성보다는 '우리 말을 듣지 않으면 동맹이 아니다'는 식의 압박을 한다"며 "경제 논리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미국의 요구에는 불합리한 부분이 있고, 우리 제안에도 불합리한 안이 있다"며 "나도 협상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책상을 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최종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3500억달러 지원 구조에 대해서는 "일부에서는 미국이 전부 가져간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우리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거나 현지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일본이나 유럽연합(EU)처럼 단순히 돈만 내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5500억달러 합의에 대해서는 "자동차 산업의 관세 우위를 먼저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일본 협상에는 일본 기업을 우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고, 불리할 경우 합의를 깨는 선택지도 열어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EU 역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합의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국은 단기 유불리보다 장기 국익과 산업 연관성을 고려한 협상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최근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도 협상 과정에서 거론됐다. 김 장관은 "방미 첫날 협상 처음부터 이 사안을 논의했다. 미국 측도 당황한 문제였다"며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도 'FIX'라는 표현을 쓰며 빨리 고치겠다고 했고, 국무부 부장관도 유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이민단속국은 가장 터프한 조직"이라고 언급하며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운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조직 개편과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먼저 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분리에 대해 "산업과 에너지는 형제 같은 관계"라며 에너지 부서 분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선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는 2035년 이후 전력 수요를 고려하면 불가피하다"며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국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의 불공정 계약과 관련해선 "계약이 법과 규정 절차에 맞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국 원전 산업은 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해왔지만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사용료와 특정 기자재 의존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활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10월쯤 구체적 성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단순한 기업 구조조정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재편"이라며 "정부·기업·금융권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MAX·맥스) 얼라이언스'를 관세 협상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맥스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우리 제조업의 길은 없다"며 "매달 두 차례 이상 기업들과 직접 만나 현장의 애로를 확인하고, 규제·자금·협력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소상공인의 AI 전환 지원이 제조업 혁신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전기요금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4분기 요금 인상이나 동결과 관련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국보다 1.34배 비싸고, 미국과의 격차는 더 크다"며 "산업 경쟁력을 위해 전기요금 문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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