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문제로 제재를 받은 업체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사업을 다시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LH의 제재가 집행정지 소송으로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실효성 있는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8월 철근 누락으로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66개 업체 가운데 27곳이 제재 직후인 2023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2년간 LH 사업 186건을 따냈다.
2023년 8월 LH 시공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철근 누락 문제가 전국 24개 지구에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와 LH는 당시 시공사·감리사·설계사 66곳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을 3~12개월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제재 대상 업체 66곳 중 56곳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면서 실제 제재는 멈췄다. 현재까지 제재가 실제로 이행된 업체는 9곳뿐이며, 1곳은 폐업했다. 제재가 '종이 처분'에 그친 사이 업체들은 버젓이 LH 사업을 다시 수주했다.
제재받은 업체가 수주한 186건 가운데 74건은 경쟁입찰이 아닌 특정 업체를 지정해 계약하는 수의계약이나 설계공모를 통한 계약이었다. LH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른 절차였다"고 해명했지만, 불복 소송 중인 업체를 최소한 수의계약에서는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LH는 "중대사고 관련 행정처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정부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으며, 제도개선을 지원하고 철근누락 업체와의 소송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철근 누락과 붕괴사고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시공사 신뢰를 무너뜨린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업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문제 업체들이 소송을 통해 제재에서 빠져나가면서 사고 위험이 결국 시민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며 "정부는 수의계약 배제, 제재 수단 강화, 손해배상 청구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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