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관 해치고 안전 위협…도심 곳곳 무허가 통신선

시민들 “정비 시급” 호소
적발 어려움, 강제 철거 한계

"보기에도 지저분하고 혹시라도 위험할까 조심스러워요."


통신사들의 무분별한 통신선 설치와 관리 부실로 도심 미관이 훼손되고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 용산초등학교 인근 전봇대에서 전선과 통신선이 뒤엉켜 있다. 박승욱 기자

13일 서울 용산초등학교 인근 전봇대에서 전선과 통신선이 뒤엉켜 있다. 박승욱 기자


12일 오후 서울 용산초등학교 앞 전봇대에는 전선과 통신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일부 끊어진 통신선은 고정되지 않은 채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모씨(68)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인 만큼 선을 신속히 정리하고 쓰지 않는 선은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선은 인터넷 등 유선통신 서비스를 연결하는 선으로 전봇대 전선 아래에 설치된다. 서울 중구 장충동 빌라촌 전봇대에서도 전선과 통신선이 얽혀 있었고, 일부 통신선은 에어컨 실외기선을 따라 바닥까지 내려와 있었다. 바닥에는 실외기에서 흘러나온 물이 고여 있었다.


직장인 이서연씨(29)는 "전봇대에 수많은 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며 "무거워진 선 뭉치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 씨(23)는 "비둘기나 까마귀가 선 위에 앉아 선이 더 늘어지고 훼손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빌라에서 통신선이 바닥까지 내려와 있다. 박승욱 기자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빌라에서 통신선이 바닥까지 내려와 있다. 박승욱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해지 후 방치된 통신선 100만 개선을 정리했고,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200만 개선을 철거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인터넷 해지 시 통신사가 통신선을 철거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아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문제는 통신사의 무단 설치다. 전봇대를 새로 세우지 않고 기존 설비에 무단으로 선을 걸면 지자체 도로점용허가 절차를 피할 수 있고, 한국전력공사에 내야 하는 1가닥당 월 임대료 802원도 절약된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파악된 무단 설치 통신선은 총 4만km(39만 개선) 규모다. 이 중 1만2000km를 정비했지만 무단 설치가 계속 이어져 철거 작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장 적발도 쉽지 않다. 전봇대에 걸린 수십 가닥의 선 중 어떤 것이 허가된 선인지 즉시 구분하기 어렵고, 무허가 통신선을 발견하더라도 한전 소유 설비가 아니면 강제 철거할 수 없다.


한전 관계자는 "전봇대는 부착되는 전선과 기기의 무게를 고려해 설계되지만 무단 설치가 이어지면 무게가 초과돼 전봇대가 기울거나 넘어질 수 있다"며 "무단 설치 통신선에 대한 강제 철거가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협의체에서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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