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끝 모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달러 약세,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다. 내년 상반기에는 온스당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현실화될 경우 1㎏ 금괴 하나로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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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골드만삭스의 금값 시나리오가 시장에서 화자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중동의 정세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쏠리는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금값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전망대로 상승하면 일본에서 1㎏의 금으로 주택 한 채를 구입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시아경제D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 훼손에 따라 미 국채 민간 보유량 1% 규모의 자금이 금으로 유입되면 내년 상반기 중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약 696만50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한 돈 기준으로 환산하면 1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에 닛케이는 "1달러를 147엔으로 환산해 골드만삭스 전망치를 적용하면 금 1㎏의 가격은 2360만엔(약 2억2250만원)이 된다"며 "이는 동일본부동산유통기구의 8월 보고서에서 야마가타현 신축 단독주택의 평균 가격인 2168만엔(약 2억440만원)을 웃도는 금액"이라고 짚었다. 닛케이는 "스마트폰 크기의 금괴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금값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꼽힌다. 최근 고용지표 부진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주 회의에서 최소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0.5%포인트 '빅컷'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 약세도 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XY)는 현재 97선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말 110선에 근접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금값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전망대로 상승하면 일본에서 1㎏의 금으로 주택 한 채를 구입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시아경제DB
정치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파 성향으로 꼽히는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을 시도하면서 연준 독립성 논란이 불거졌고, 달러 자산 불확실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소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확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외환 보유고 동결 조치 이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탈달러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 보유 다변화로 금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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