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빅테크 CEO 만나 "플랫폼 운영 공정성과 책임성 높여야"

금감원장 최초로 빅테크 CEO 간담회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9.8 강진형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9.8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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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1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플랫폼 운영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높여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후 네이버스퀘어에서 5개 주요 빅테크 기업 CEO와 소상공인연합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빅테크가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경제 주체를 수익 창출의 도구로만 보지 말고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할 동반자로 인식할 때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장이 빅테크 CEO와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이다. 빅테크에서도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업과 마찬가지로 이용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결제·쇼핑·배달 등 국민의 일상 곳곳에 함께 하는 빅테크의 건전한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최근 사회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는 빅테크 이용자 보호, 소상공인 지원 및 IT·정보보안 강화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원장은 ▲플랫폼 이용자 중심의 경영 정착 ▲플랫폼 입점업체 등 소상공인과의 상생 ▲빅테크 위험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 ▲IT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강화 등 4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이 원장은 "알고리즘이 편향된 오류에 빠질 경우 소비자의 권익과 후생이 침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3월 실시한 온라인 대출 플랫폼 점검에서 중개수수료가 높은 상품이 우선 노출되는 사례가 발견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알고리즘이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진정한 빅테크 혁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에 수반되는 전자금융 거래의 이용자 보호에도 신경 써달라"고 덧붙였다.


또 빅테크가 소상공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 국정과제에도 '온라인 플랫폼과 소상공인의 상생'이 포함됐다"며 "빅테크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합리적인 수수료 부과, 신속한 판매대금 정산 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빅테크 역시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희미(Big-Blur)해지고 플랫폼을 통해 광범위한 금융 서비스가 제공됨에 따라 빅테크의 운영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감원도 빅테크와의 정기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빅테크가 체계적인 위험 관리를 통해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루어 나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IT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요청했다. 이 원장은 "IT 보안 관리를 당장 눈앞의 비용 요인(cost-center)으로 볼 것이 아니라 빅테크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충분한 IT 보안 투자 등 사고 예방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감독원도 보안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랜섬웨어 등 사이버 위협에 대한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등 금융IT 안정성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1997년 주주서한을 언급했다. 당시 베이조스는 "장기적으로 보면 고객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일치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원장은 "단기적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고객들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면 결국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신념을 강조한 것"이라며 "앞으로 빅테크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고객 이익과 신뢰 확보를 최우선 경영 가치로 두면서 AI·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한 혁신 성장을 통해 우리나라가 디지털 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도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을 구현하면서 빅테크의 상생과 혁신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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