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각자도생…졸업식 스냅사진 열풍의 그림자

"사회생활의 시작을 의미하는 취업이 '진짜 졸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얼마 전 취업에 성공한 이예은씨(27)는 졸업장을 찾으러 학교에 들렀다. 학교에 방문하는 날짜와 시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친구들에게 알렸다. 졸업 앨범을 만드는 대신 대학 동기 대여섯명과 기념사진을 찍고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취업 준비 때문에 졸업을 유예했기에 졸업사진 촬영도 미루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동기들마다 졸업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졸업 앨범을 만들기보다는 친한 친구들과 모여 간단히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2025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5.8.22 강진형 기자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2025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5.8.22 강진형 기자


청년들의 취업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졸업식 문화도 바뀌고 있다. 전산상 학위만 수령해뒀다가 취업이 확정되면 뒤늦게 학교를 찾아 졸업장을 받거나 졸업 앨범 대신 개인 스냅 사진을 촬영하는 식이다.


비슷한 학번끼리도 취업 시기가 각자 달라진 탓에 졸업 앨범의 의미는 옅어졌다. 지난달에 졸업한 최윤서씨(26)는 "1~2년 취업 준비하는 경우도 있어 같이 졸업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와 동기의 졸업사진이 모두 들어가는 졸업 앨범은 사라지는 추세다. 각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졸업 앨범은 점차 개인 앨범으로 변하고 있다. 개인 앨범은 증명사진, 실내·외 프로필, 우정 사진으로 구성된다. 졸업 앨범 촬영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개인 앨범으로 간소화되는 추세"라며 "담당하는 대학마다 20~30명 정도만 개인 앨범을 만들고 있고, 전체 인원이 사진을 찍지 않으니 전체 사진을 넣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0만~2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반나절 동안 학위복을 입고 사진작가와 함께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원하는 장소 여러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캠퍼스 스냅도 인기다. 이 같은 개인 스냅 졸업 사진 업체는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2~3배가량 늘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사진업체 관계자는 "개인 프로필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아진 것처럼, 졸업 사진도 개인적으로 소장하려는 이들이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면서 "주변 스튜디오들을 살펴봐도 졸업 스냅 촬영을 겸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불안감에 졸업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어서 생겨나는 문화"라며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 학위를 마치는 것을 축하했던 과거와 달리 대졸자들이 많아져 졸업을 기념하는 문화가 희석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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