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건전성을 금융안정성으로 인식하는 기존의 공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통은행의 자산과 대출 비중이 줄고, 그 자리를 그림자 금융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규제하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을 넘어 비예금금융기관·핀테크(금융+기술) 등 그림자 금융을 포함한 전체 생태계를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미트 세루 스탠퍼드대 교수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 참석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아미트 세루(Amit Seru)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 참석해 '은행과 금융규제' 세션 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세루 교수는 미국 전역의 주택담보대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설명하며 "지난 수년간 은행 대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그림자 금융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 대출은 전체 신규 대출의 75%가 그림자 금융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은행 규제가 강화된 지역일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실제로 규제가 강한 곳일수록 은행의 비중은 작아지고, 그림자 금융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들도 단순히 대출을 보유하기보다 대출을 만들어 판매(유동화)하는 비중이 늘어 은행의 대차대조표상 대출 비중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출 공급은 이미 은행을 넘어 그림자금융으로 확대되고 있고, 은행 역시 대출을 판매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의 대차대조표상 건전성으로 금융안전성을 평가하는 전통적 관점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세루 교수는 "은행 건전성이 곧 금융안전성이라는 공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며 전체 그림을 보지 않으면 금융정책이나 통화정책에서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루 교수는 "이들을 포괄하는 새로운 분석모델이 필요하다"며 "규제 및 통화정책 분석은 은행만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시스템 전체로 확장돼야 한다"며 "중앙은행들이 은행을 넘어 시스템 전체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이동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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