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여력 늘려야"…은행 대손충당금 1년 새 2배↑

4대 은행, 상반기 대손충당금 1조 넘게 적립
부실 대출 대응도 있지만
기업대출 늘리기 위한 실탄 확보 차원도
"보수적 산정해 선제적 적립"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쌓아둔 대손충당금 규모가 1년 전 대비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대출이 늘며 어쩔 수 없이 쌓은 것도 있지만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선 영향이다.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가계대출보다 건전성 관리에 취약한 만큼 대손충당금이라는 실탄을 미리 쌓을수록 대출 확대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57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803억원)보다 80% 증가했다. 올해만 놓고 보면 1분기 7483억원에서 2분기 8293억원으로, 2분기에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 여력 늘려야"…은행 대손충당금 1년 새 2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은행이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준 대출금 중 미래에 떼일 것으로 예상돼 미리 적립해둔 금액을 말한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3506억원에서 올해 6353억원으로 늘었고, 신한은행(1507억원→3472억원·신용손실충당금 기준), 하나은행(670억원→2220억원), 우리은행(3120억원→3730억원)도 모두 증가했다. 특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늘린 것은 하반기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일부 지속돼 위험자산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상반기에만 2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은 2023년과 달리 올해는 선제 대응에 방점이 찍혀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기업 신용평가를 보수적으로 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고, KB국민은행은 개별평가를 통해 산정한 충당금에 더해 추가로 더 쌓아 전입액이 확대됐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자산에 미리 방패를 만들어둔 것인데, 이처럼 보수적 건전성 대응에 나선 건 하반기 기업 대출을 늘릴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올 하반기 월 1조원씩 기업 대출을 늘리거나 연간 6~7%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이 규제로 하향 조정되면서 은행들이 하반기에는 기업 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기업 대출은 건전성 관리가 더 까다롭기 때문에 미리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 부담을 덜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7월 말 기준 NH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은 1155조3684억원으로 한 달 만에 1조541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실탄을 확보한 만큼 하반기에는 충당금 규모가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관세부과에 따른 영향이 하반기 본격화되는 데다 여천NCC를 비롯한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은 또 다른 부담 요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돌발변수가 없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기업의 경영 환경에 따라 대손충당금 규모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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