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원본보기 아이콘31일 한미 간 관세 최후 담판을 앞두고 재무·통상 투톱이 미국 워싱턴에서 비공식 릴레이 협의를 이어갔다. 대미 투자 금액과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 민감 의제들에서 이견이 크게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명 '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MASGA)' 프로젝트로 불리는 조선업 협력 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앞서 협상을 타결한 유럽연합(EU)과 일본처럼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더해 자동차 등 품목관세 인하까지 원샷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관세 협의를 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의 관세 담판을 위해 방미한 구 부총리의 첫 일정이다. 구 부총리는 현지시간으로 29일 오전 11시25분께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협상장이 있는 미 상무부 청사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협의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협의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함께 자리했다.
구 부총리는 러트닉 장관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베선트 장관이 이달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 미·중 고위급 협상을 마치고 복귀하기 전까지 이틀간 주요 인사들과 비공식 릴레이 면담이 예정돼 있다. 베선트 장관과의 최종 담판은 31일 열린다. 앞서 구 부총리는 29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익을 중심으로 한미 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협상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한국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조선업과 한미 간 중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잘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의 조선사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한 현지 투자 계획 등을 담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안한 상태다. 국방력으로 직결되는 조선업 부활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만큼 마스가 프로젝트에 상당히 구체적인 제안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러트닉 장관은 우리 측이 제시한 마스가 프로젝트에 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졌지만 양국이 대미 투자 금액 등에 어느 정도 이견을 좁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지난 24~25일 러트닉 장관과 상무부 청사와 그의 뉴욕 자택에서 2차례 만나 설득을 이어갔다. 러트닉 장관은 "최선의, 최종적인 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또 "미국이 EU, 일본, 영국 등 주요 파트너들과 다수의 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왜 한국과의 새로운 협정이 필요할지에 대해 설득해야 한다"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종 협상에서 남은 관건은 대미 투자 규모와 농축산물 시장 개방 범위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을 의식해 모든 협상 대상국을 상대로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EU와 일본, 영국 모두 관세율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협상카드로 모두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를 내놨다. 당초 30개월령 이상 소고기와 쌀 수입 확대 등을 수용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정했던 정부도 다시 협상테이블에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올려놓고, 거듭된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의견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미측은 미국산 구매 확대를 비롯해 자국 플랫폼 기업 규제 완화 등 비관세 장벽 개선과 환율 문제에 걸쳐 폭넓은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협상은 조선업 협력을 비롯한 대미 투자 금액과 농축산물 추가 개방 등 핵심 의제에서 의견접근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양측의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협상 타결은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15%의 상호관세율 인하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품목관세까지 원샷딜로 타결한다는 목표다. 앞서 협상에 난항을 겪던 일본과 EU 모두 양호한 15%의 상호관세율로 합의에 도달했고, EU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미래에 부과될 반도체와 의약품 등 추가적인 품목관세에 대해서도 15% 선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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