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역성장 위기와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으로 내우외환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헌정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가 되면서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처를 두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경제사령탑이 다시 공석이 되면서 국가 위기 관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는 김범석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정국 불안이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김 대행은 이날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 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김 대행은 "증대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외환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F4 회의를 중심으로 24시간 비상점검·대응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F4회의 직후 1급 간부회의와 확대간부회의를 연이어 열어 주요 경제 현안들을 점검하고,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퇴에 따른 리더십 부재에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구성원 다독이기에 나섰다.
다른 정부부처들도 현안에 집중해 경제 챙기기에 나섰지만 탄핵정국을 어렵게 수습한 리더십이 다시 흔들리면서 현안 대응에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한미 간 통상 협상이 발등의 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실무부처가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관세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최 전 부총리를 카운터파트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급 외교 라인이 공백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 협상을 국장·차관보급 실무라인이 주도하더라도 의제의 우선순위 조정이나 정치적 결정은 고위급에서 이뤄지는 만큼, 한국의 협상 무게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미 자동차 품목 관세와 기본관세 10%를 적용받고 있고 7월부터는 15%의 추가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며 우리 기업들의 수출길에 타격을 주고 있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최 전 부총리는 재계와 미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정책 설득력 등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고위급 협상 창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안다"며 "정치 공백이 길어지면 '공식 파트너'가 사라졌다는 신호를 미국 측에 주게 돼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정책 전반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신통상질서 대응, 환경규제 공조 등 다자·양자 통상 어젠다도 부처 간 조율을 필요로 하는 만큼, 기재부·외교부·산업부 간의 전략적 연계가 흔들릴 경우 후속 일정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관세폭탄이 아직 본격화하지도 않았지만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 전년 대비 -0.1% 역성장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0%대의 저성장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날 발표한 '2025년 한국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당시 전망했던 1.7%에서 0.7%로 1.0%포인트나 낮췄다. JP모건(0.5%), 시티(0.6%)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0%대 성장을 점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제시하며 석 달 만에 1.0%포인트 낮췄다. 한국은행(1.5%), 한국개발연구원(KDI·1.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 등도 1%대 중반 수준의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정부는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당장 이번 달부터 풀겠다는 계획이지만, 정국 불안에 추경안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은 원안에 비해 1조6000억원 증액된 13조8000억원으로 확정됐다. 1분기 역성장 등 경제 난맥상이 가시화하면서 침체 우려가 짙어지는 상황을 반영해 산불피해 복구와 소상공민, 건설업 지원 등에 대한 지원책을 대폭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체력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리스크 최소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정책 기조를 다잡아야 한다"며 특히 통상 협상에서 기존 협상 구조와 책임체계를 유지해 경제 불확실성이 정치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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