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손아귀에 쥔 '연매출 40조'의 여유…네이버 반격에도 '혁신'의 확신[쿠팡 AI 패권]②

쿠팡의 물류 혁신 스토리
머신러닝 활용 상품수요 예측
작업자 동선 고려한 상품보관·운반
전국 쿠세권 구축…롤모델 아마존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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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국내 최대 검색 플랫폼 네이버(NAVER)는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입한 e커머스 플랫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네이버의 생성형AI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한 이 앱은 방대한 상품 데이터를 분석한 뒤 이를 이용자의 선호도와 과거 구매 이력은 물론, 맥락과 의도 등의 정보와 결합해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을 우선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 앱은 출시 한 달 만에 다운로드 건수 500만건을 돌파했고, 일간이용자수(DAU)는 10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연내 쇼핑 앱 체류시간을 늘릴 'AI 에이전트'도 선보인다. 새로운 질문이나 명령을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해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업무가 가능한 기능이다.

네이버가 올해 AI 기반의 쇼핑 앱을 내놓고 국내 e커머스 1위 탈환에 나섰다. 네이버는 전 국민의 검색 엔진을 무기로 국내 e커머스 거래액 기준 1위 플랫폼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빠른 배송을 앞세운 쿠팡에 역전당했다. AI가 좌우할 3세대 e커머스 전쟁도 쿠팡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찍부터 AI 기반의 물류 시스템에 투자해 전국을 하루 배송이 가능한 '쿠세권(하루배송)'으로 구축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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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부터 로켓배송까지…AI가 만든 물류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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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지난해 매출 41조2901억원을 올려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연 매출 4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백화점(40조6595억원)과 대형마트(37조1779억원)의 총 판매액을 압도했다. 201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출발한 스타트업에서 14년 만에 오프라인 유통 강자를 뛰어넘었다.


이 같은 폭풍 성장이 가능한 배경에는 물류 혁신으로 통하는 로켓배송이 있다. 쿠팡의 물류 시스템은 AI 기술력의 총체다. 방대한 주문·판매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이 상품 구매를 요청한 직후부터 수량과 재고 확인, 입고, 진열, 집품, 포장, 발송 순의 모든 과정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절차마다 수많은 변수와 의사결정을 고려해야 하는데, AI가 매일 수조 건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배송 시간을 줄여준다.

작업자에게 상품을 가져다주는 무인 운반 로봇(AGV). 쿠팡 제공

작업자에게 상품을 가져다주는 무인 운반 로봇(AGV).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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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물류센터 공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재고와 고객 수요를 분석하는 과정부터 AI를 활용한다. 그동안 축적한 판매 데이터를 토대로 머신러닝을 통해 수천만 건의 상품 수요를 예측한다. 어느 물류센터에 얼마만큼의 상품이 있는지 빠르게 파악하는 일은 배송 시간을 단축하는 첫걸음이다.


5억개가 넘는 상품을 보관하는 방식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뤄진다. 겉으로 보면 관련이 없는 상품군이 뒤섞여 무질서해 보이지만 이는 작업자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것이다. 쿠팡 AI 알고리즘은 '랜덤 스토우'로 불리는 방식을 통해 각 상품의 판매량이나 판매 시기, 같이 주문할 확률이 높은 상품군 등을 고려한 뒤 이들을 가까운 곳에 배치하도록 돕는다.


주문된 물건을 포장 작업대까지 옮기는 데는 로봇을 활용한다. 로봇청소기 모양의 '피킹 로봇(AGV)'이 바닥에 깔린 바코드를 읽으면서 물건을 진열한 선반을 작업자가 있는 곳까지 옮겨준다. 또 포장해야 할 상품이 어느 칸에 있는지 블루 라이트로 위치도 알려준다.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분류 작업에 활용되는 소팅 로봇(sorting robots). 쿠팡 제공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분류 작업에 활용되는 소팅 로봇(sorting robots).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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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단계에서는 자동 포장 기기 '오토 배거(Auto Bagger)'가 작업자의 일손을 거든다. 비닐 포장지에 물건만 넣으면 스스로 송장을 부착하고 포장을 봉인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포장한 상품을 '분류 로봇(Sorting Robot)'에 올려놓으면 로봇이 운송장의 주소를 스캔한 뒤 몇 초 만에 지역별로 분류한다.


발송 단계에서는 AI 시스템이 적용된 휴대용단말기(PDA)를 활용해 배송 직원들이 최적의 동선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한다. 인접한 배송지의 상품을 박스에 모아 차량에서 물건을 찾고 꺼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싱귤레이션 패키징'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롤모델 아마존의 길 닮은 쿠팡
쿠팡의 인공지능 비서 PDA. 쿠팡 제공

쿠팡의 인공지능 비서 PDA.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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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필먼트와 알고리즘을 앞세운 쿠팡의 사업 방식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의 성장 모델과 흡사하다. 현재 전 세계 리테일(유통) 업체 중 AI 기술력이 가장 고도화된 곳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이 AI를 적용하고 있는 부문은 크게 수요예측 시스템, 물류, 상품 추천, 라스트마일(최종 소비자 배송) 부문으로 나눈다.


수요예측 시스템은 고객들의 상품 수요를 예측해 적정 재고를 근처 물류센터에 배치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딥러닝 기반 서비스 '스콧'은 수백억 건의 주문 기록과 날씨, 트렌드, 위치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파악해 4억개 이상의 상품 수요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수요 전망치에 따라 물류센터별로 물품들을 적재해 재고문제를 예방하고 더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물류센터가 사람의 손을 타지 않게 된다면 인건비와 배송 속도를 단축할 수 있어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다. 아마존의 최신 기술 지능형 촉각 로봇인 '벌컨'은 아마존의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벌컨은 촉각 센서가 부착된 로봇이다. 기존 물류센터 로봇(키바)이 작업자에게 물건을 운반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면 벌컨은 사람처럼 불특정한 물건을 집어 확인하고 분류해 적재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물건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잡는 힘과 위치 조절도 가능하다. AI 판단에 따라 로봇이 움직이게 되는데, 직원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물건을 적재하고, 필요한 때에 수량에 맞게 물건을 꺼낼 수 있어 더욱더 세밀하고 정확도 높은 물류 작업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력은 고객은 집 앞에서 주문한 물건을 더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라스트마일도 아마존은 AI를 활용해 도착 시간 정확도를 높이고 연료비 등 배송 비용을 줄이고 있다.


쿠팡 역시 혁신 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여기에는 상품 주문량 예측, 음식 배달 최적화, 검색 최적화 등 AI 관련 기술도 포함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쿠팡의 글로벌 특허 등록 건수는 누적으로 2100건을 넘어섰다. 2019년 160건 대비 1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쿠팡은 또 창립 이후 약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확보했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에서 로켓배송을 시행하고 있다. 쿠팡 측은 "2027년까지 3조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해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230여개 시군구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쿠팡 글로벌 특허 등록 건수 추이. 쿠팡 제공

쿠팡 글로벌 특허 등록 건수 추이.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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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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