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에 따르면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은 짙은 안개를 '바다의 장막'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다고 한다. 실제로 안개는 방향 감각을 흐리게 하고 시야를 가려 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 첨단 항해 장비가 많이 보급된 오늘날에도 농무기에는 해양사고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기에 농무기 바다는 여전히 '바다의 장막'이다.
농무기(濃霧期)는 봄철 따뜻해진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해수면과 만나 짙은 해무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로, 일반적으로 3월부터 7월까지를 말한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목포해경 관내 저시정 설정 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농무기 기간(3∼7월) 중 140회에 걸쳐 저시정 현상이 발생했으며, 이는 총 저시정 설정 184회의 약 76%를 차지하는 수치다. 대부분의 저시정 현상이 이 시기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5년간 저시정 설정 중 선박사고는 70여건이 발생했으며, 이중 농무기에 발생한 사고는 ▲방향 상실(24.2%) ▲부유물 감김(24.2%) ▲기관손상(21.4%) 등 총 52건으로 전체 사고 건수의 74%에 달한다. 이와 같은 통계는 안개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커짐을 보여주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예방중심의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농무기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노력은 해양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박 운항자는 출항 전 반드시 기상청과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농무가 예상될 때는 가급적 출항을 자제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선박을 운항해야 한다면, 자동식별장치(AIS), 레이더, 전자해도 등 항해 보조 장비의 사전점검과 실시간 운용을 통해 주변 선박 및 장애물을 조기 탐지하고 안전 운항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 방법에 대해 항상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목포해경은 지난해 관내 조난신호 발신 장비 설치 어선 7,725척을 대상으로 'SOS 구조 버튼 직접 누르기' 캠페인과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이는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황해 각종 통신장비에 설치돼 있는 구조 버튼을 누르지 못해 구조 세력의 출동이 늦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선박 운항자는 '빠른 신고가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골든타임의 열쇠'라는 사실을 항상 되새겨 주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해양 안전의식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바다는 관대하지만 방심한 자에게는 냉혹하다'는 말이 있다. 바다는 한없는 풍요를 선사하지만, 우리가 안전 수칙을 소홀히 한다면 누구나 사고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평소 철저한 대비와 경각심을 갖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양경찰은 이러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해양 안전 교육과 홍보 활동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해양경찰관으로 20여년을 살아온 필자는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새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마음가짐으로 항상 준비하고 경계한다면 우리의 바다는 더욱 안전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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