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전격 수용했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이번에는 한 대행을 향한 견제에 나섰다. 한 대행의 출마가 가시화되면서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샅바싸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3차 경선에 오를 2인 후보 발표를 앞둔 가운데 최종 후보가 누구든 향후 단일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나라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끄지 않고 밖에 나와 다른 걸 하겠다고 말하기에는 한 대행의 마음이 무겁고 복잡할 것"이라고 출마 움직임을 에둘러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대구MBC 라디오 여론현장에서 "한 대행이 미국과 제대로 협상하고 대선을 잘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 장관이 대선에 출마하는 게 상식에 맞나"라며 출마의 당위성을 다시 문제 삼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경선 중 자꾸 (한 대행) 얘기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패배주의"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앞다퉈 한 대행과의 빅텐트를 외쳤던 후보들이 다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향후 단일화 과정을 주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단일화를 할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주도권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내달 11일을 단일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 운동 기간이나 기호 순번 등을 생각했을 때 단일화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애초부터 경선 승리 전략으로 단일화 카드를 꺼낸 만큼 부족한 진정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심을 얻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한 대행 손을 잡겠다고 한 것이니 각자에게 유리한 게임의 룰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최종 후보 선출 이후 단일화 조건을 둘러싸고 지난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100% 국민 여론조사를 거치거나 입당 후 당심 50%, 민심 50% 룰로 경선을 치르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각 방식에 따라 후보들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최종 후보가 입장을 바꿔 단일화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단일화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진짜 판이 벌어졌을 때 각 후보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후보 4인을 2인으로 압축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전 장관, 한 전 대표, 홍 전 시장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누가 올라가도 이례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후보 1명, 찬탄(탄핵 찬성) 후보 1명이 최종 결선에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 후보가 된 사람이 한 대행과 단일화하면 누가 될지 모른다"며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더 큰 집을 지으면 선거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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