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대선 포기'…복잡하게 돌아가는 정치 풍향계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지사 선거 구도 복잡
김 지사 3선 도전 유력 전망 목소리 우세
이재명 대표 대선 승리 시 내각합류설 변수
주철현·서삼석·이개호·신정훈 등 하마평
지역구 넘어가면 존재감 약해 전략 재구축
후보 단일화 등 한계 극복 노력 절실 지적
김 지사 대선 불참 여파 부정여론 확산 부담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철석같이 약속했던 '조기 대선 완주'를 포기하면서 내년 치러지는 지방선거(6월 3일 예정·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구도가 다시 한번 출렁이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도, 일단 김 지사의 도지사 3선 도전을 배제한 채 도지사 선거 승리 가능성을 두고 주판알을 튕기던 지역 내 여러 잠룡 입장에선 맥빠진 상황이다.

향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승리 시 구축될 정부 내각에 김 지사가 합류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변수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당장은 선거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판이다.


이와 별개로 다소 허무하게 대선 불참을 선언한 김 지사를 향한 지역의 실망감은 김 지사 입장에서도 향후 정치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지사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조기 대선이 진행될 경우 출마하겠단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김 지사는 '하나 된 민주당을 통해 정권교체를 실현하겠다'는 말과 함께 이재명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동행을 공식화했다. 최근 벌어진 비상계엄사태와 윤석열 파면 등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안정화를 위한 일종의 대의였음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김 지사의 대선 포기가 시기와 명분상 지역정서를 외면했단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당초 김 지사가 내걸었던 대선 완주 선언 뒤엔 '호남 정치 부활'이란 상징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물론 지역 정가에선 '끝까지 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포스트 김대중'에 목말라 있던 지역민들에게 제법 솔깃한 제안이었다. 일부에선 '점잖은 양반 정치'를 하던 김 지사가 드디어 전략적 이슈메이커로 성장하는 진짜 정치인이 되고 있다며 긍정적 시그널로 바라보기도 했다.


실제로 윤석열 탄핵 정국에서 김 지사의 활약은 전국적인 이슈몰이를 할 만했다. 페이스북 등 SNS 등을 통해 연일 윤 탄핵과 관련한 쓴소리를 이어가는가 하면, 1인 시위 및 거리 투쟁으로 투사 면모를 지역민들에게 과시했다. 특히 최근엔 대선 출사표를 던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해 "내란 동조 행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다"며 따끔한 충고를 던지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전에 없는 이례적 행보란 정치적 평가가 이어졌다. 강경 지도자를 일컫는 '스트롱맨' 정치인으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김 지사의 대선 완주 포기 선언은 그동안 발자취를 완벽하게 지운 지우개가 돼버렸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윤석열 탄핵이 확정되는 시점에 곧바로 대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쌓아 올린 명분도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다.


물론 기존 '친문 계열'에서 '친이계열'로의 전환이 목적이라면 정치공학적 셈법에 따라 얼마든지 입장변화를 논할 순 있지만, 현재로선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다.


김 지사의 변심으로 당장 내년에 치러질 도지사 선거에 나설 지역 내 여러 인물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전남 여수시갑)을 비롯해 신정훈(전남 나주·화순)·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서삼석(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들 모두 나름 지역선 거물급으로 평가받는 터줏대감들이다. 특히 지역구 내에선 탄탄한 조직과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계도 명확하다. 본인 지역구를 넘어가는 순간 사실상 무명에 가까울 만큼 대중성이 떨어져서다. 특히 이개호 의원의 경우엔 최근 영광군수, 담양군수 재선거 과정에서 여러 구설수와 지역구 관리 부재 논란에 휩싸이면서 민주당은 물론 지역 내에서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는 실정이다.


서삼석 의원도 광주-무안 군 공항 이전 문제와 관련, 지역발전 구상보단 지역구 관리에 치중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확장성에 실패하는 모양새다. 주철현·신정훈 의원도 각각 전남 동부지역과 중서부지역에서만 영향력이 있을 뿐이다.


해당 의원들 모두 외연 확장을 위한 나름 여러 정치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지역민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진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민들이'와~'할 만큼 혹할 만한 대형 이슈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22개 시·군 전역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김 지사의 아성을 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남은 1년여간 지역구를 넘어 전남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력을 구축하기 위해선 이들 의원이 전략적 후보 단일화 등 파격적인 작전을 구상하지 않을 시 힘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표의 대선 승리로 인해 김 지사가 내각으로 입성할 수 있단 변수는 존재하지만, 아직은 소문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솔직히 김영록 지사의 대선 포기는 어느 정도는 예견돼왔다. 새롭다고 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며 "다만, 지사 선거에 나설 잠재적 후보들에겐 김 지사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굉장히 머리가 아플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선거전략을 다시 짜야 할 만큼의 일이기 때문이다"며 "물론 김 지사도 이번 대선 포기는 지역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줬다. 그러나 3선 도전에 저해할 만큼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당내에서 애매했던 포지션을 바뀌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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