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대형 산불 예방 위해 '선진국형 숲 가꾸기' 확대해야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산림청 제공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산림청 제공


숲 가꾸기는 건강하고 가치 있는 숲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은 후 솎아베기를 하거나 가치를 치는 작업이다. 숲 가꾸기 작업을 거치면 탄소 흡수량은 42.7% 증가하고, 물 공급량도 43.9%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이 빈번해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 예방을 위한 숲 가꾸기 작업이 사전에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건강한 숲(Health Forest Initiative) 프로젝트'를 통해 숲 가꾸기를 추진, 산림 내 연료 물질을 줄여 산불을 예방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미국은 건강한 산림관리와 산림 내 연료 물질 제거 사업을 위해 3조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전 미연에 불에 타기 쉬운 연료(나무)를 사전에 솎아내고, 솎아낸 나무는 산업용 목재로 사용하는 형태다.


숲 가꾸기는 산불 위험성을 사전에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산불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숲 가꾸기 방식은 ▲바닥에 있는 낙엽을 긁어내거나 키 작은 나무를 베어 지표화(地表火, 바닥에 있는 잡초·관목·낙엽 등을 태우는 산불)의 강도를 줄이는 방법 ▲가지치기를 통해 지표화가 수관화(樹冠火, 나뭇잎과 가지가 타는 불)로 번지지 못하게 하는 방법 ▲솎아베기를 통해 수관화로 확산한 불이 더는 옆 나무로 번지지 못하게 하는 방법 ▲수관화에 취약한 침엽수림을 활엽수림으로 바꿔 항구적으로 산불 위험을 줄이는 방법 등 4가지가 꼽힌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숲 가꾸기 과정에서 발생한 나무 부산물은 반드시 수집해 산불을 키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숲 관리는 산림을 건강하게 가꿔 나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산림에서 불에 탈 수 있는 물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산불 위험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숲 가꾸기로 베어낸 나무를 현장에 방치하면, 산불이 발생했을 때 산불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남은 연료가 소모될 때까지 불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베어낸 나무는 대개 띠 형태로 쌓아 놓기 때문에 산불의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실제 2005년 발생한 양양 낙산사 산불 당시에는 숲 가꾸기로 베어낸 나무가 불쏘시개가 돼 산불이 재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숲 가꾸기로 베어낸 나무가 방치될 때 지표층 연료량은 우리나라 평균 소나무림보다 2배가량 많아지고, 수관화로 번질 위험성도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베어낸 나무의 적재량에 따른 화염 전파 특성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나무가 쌓여 있을 때 산불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반대로 나무 간격을 30m 이상 떨어뜨렸을 때는 불이 옮겨붙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건강하고 가치 있는 숲을 조성하면서, 대형 산불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숲 가꾸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내년부터는 선진국처럼 산불 예방을 위한 숲 가꾸기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2배 이상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산림관리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전제로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과 지원 속에 관련 예산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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