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밀고당기기'가 계속되면서 우리 제지업계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타개할 목적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핵심 수출국인 미국의 시장성이 극도로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의 원료가 되는 펄프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상대로 수출을 진행하는 국내 제지업체들은 관세 문제에 따른 미국 시장 내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50%를 해외 수출에 의존하는 A사의 경우 아예 대미(對美) 수출 물량 자체를 줄여 리스크를 분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구체적인 실무를 진행중이다. A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대미 수출에 뒤따르는 리스크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거래가 곧 손실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 적용을 90일 유예하고 10% 기본관세만 부과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일단 한 고비는 넘었다'는 반응도 일각에서 감지된다. 그러나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탓에 긴장감은 여전히 팽배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 방안이 실행되면 국내 제지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국들에 견줘 훨씬 더 불리한 입장이 된다. 미국의 주요 종이 수입국은 스웨덴과 캐나다로 두 국가를 합치면 미국 전체 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데, 한국(상호관세 25%)이 유럽연합(상호관세 20%)과 캐나다(상호관세 면제)보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게 되면 국내 제지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불경기와 종이 수요 감소로 긴 침체기를 겪은 국내 제지 업계는 지난해 '반짝' 실적 개선을 이뤘다. 해상 운임이 안정화된 데다 환율 상승, 미국 수출수요 증가의 효과를 봤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인쇄용지 수출량은 97만7538t으로 직전년도(94만3847t) 대비 4%가량 늘었다.
관세전쟁에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된 중국에서 만들어진 값싼 종이 일부가 국내로 들어와 시장이 다소 어지러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제지업계는 내수 부진을 야기하는 구조적 불황, 관세 리스크,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을 동시에 마주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다른 산업군과 마찬가지로 제지업계 또한 관세전쟁에 따른 자국 내 물가인상 등의 충격을 감안해 트럼프 행정부가 일정한 목적을 달성한 뒤 한 걸음 물러서는 그림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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