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트럼프 스톰…"에너지 빅딜로 관세폭풍 넘어야"

미국 무역적자 해소 위해 '에너지 빅딜' 필요
대미 협상 나서려면 '비관세 장벽' 조정 관건
허윤 "경제 선진화 충족하는 분야에서 조치"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본격 발효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화석연료 수입을 늘리는 방식의 '에너지 빅 딜'을 협상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이 각국의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고 있지만, 미국산 상품 수입을 크게 늘려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는 게 관세를 최대한 낮출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내 석탄 산업을 활성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은 9일 "미국의 실질적인 불만은 무역적자"라며 "현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미국의 수출을 늘려줄 수 있는 건 에너지"라고 짚었다. 그는 다른 국가에 분산된 에너지 구매를 합쳐 '빅 딜'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발동하며 화석연료 생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생산 및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전격 탈퇴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석탄 수입국 7위, 액화천연가스 수입국 5위로 에너지 교역 비중이 아직 크지 않다.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는 상호 이익이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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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는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달 한국을 찾아 SK·포스코·한화 등 주요 에너지 기업 관계자와 연쇄 면담을 가졌다. 당시 프로젝트 협력사인 글렌판 그룹과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 관계자도 함께 방한했다. 미국이 에너지 개발을 원하는 만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로 활용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이 사업은 개별 국가나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엔 경제성이 낮다"면서도 "일본·대만 등 참여를 검토 중인 국가들과 리스크를 분담한다면 대미 협상에서 실효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8~9일 미국을 찾은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개발과 조선 협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워싱턴DC 도착 직후 "알래스카 LNG와 조선은 미국 측이 관심을 갖는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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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에너지 수입 확대 외에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된 일부 제도를 조정해 협상 여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협상에 착수하기 위해 해제할 수 있는 무역 제한 조치가 있는지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정인교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는 상호관세 발표 직전 공개한 국가별 무역평가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망사용료 부과, 인앱결제 제한 등이 자국 빅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위치 기반 데이터의 해외 이전 제한이 대표적 사례다. 구글은 군부대 등 민감시설 정보가 담긴 고정밀 지도를 반출하길 원하지만, 정부가 막고 있다. 미국은 이를 '반경쟁적'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두지 않고 법인세 부담을 회피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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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조정 가능한 조치가 있는지 검토 중이지만 국제적 통상 규제에 맞게 구축한 제도를 무작정 철폐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일방적·선제적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산업의 기반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요구에 일정 부분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협상을 앞두고 우리 카드가 노출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미국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하는 것 가운데 우리 경제를 선진화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분야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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