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해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다. 헌정사상 처음 탄핵심판에 출석해 직접 증인신문 등을 했던 윤 대통령은 이날 67분간 미리 준비한 77페이지의 원고를 쉼 없이 읽어나갔다.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 주장에서 나아가 개헌 추진과 '대통령직 계속 수행' 의지를 피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2025.2.25. 헌법재판소 제공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 뒤 계엄은 '계몽령'이었다는 논지를 폈다. 형식만 '계엄'일 뿐 실질은 '대국민 호소'라는 것이고, 야당이 국민을 선동하며 '내란 프레임'을 씌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야당은 북한과 결탁한 내란 공작 세력이라고 강변하며 북한의 선거 개입으로 인한 부정선거 음모론도 주장했다. 그는 "190석에 달하는 무소불위의 거대 야당이 북한, 중국, 러시아의 편에 서 있다"며 "(반국가세력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후변론에서 '야당'을 48회, '간첩'을 25회 언급했다. '북한'과 '개헌' 단어도 각각 15회, 6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1일 3차 변론 때부터다. 윤 대통령은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갖고 살았던 사람"이라면서 줄곧 비상계엄 위헌·위법성, 국회 활동 방해 등 탄핵심판의 모든 쟁점을 부인했다.
윤 대통령이 3차 변론 이후 마지막 11차 변론까지 8차례 헌재에 출석했으며 증인신문과 의견진술 시간을 전부 합하면 157분(2시간37분)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증언대에 오른 증인을 직접 신문하면서 '계엄포고령 1호' 작성을 둘러싼 해명에 시간을 썼고,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증인에 대해서는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계몽'하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을 뿐 실제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야당의 줄 탄핵과 예산안 삭감 등으로 인한 '국가비상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에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 행사였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5차 변론에서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 하는 게 마치 어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후 진술에서도 윤 대통령은 또 한 번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언급했다. 그는 계엄 효력 발생 이후 2시간 만에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탄핵 사유를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를 하는 게 어떤 상하관계 간에 가능한 얘긴지 상식선에서 재판들이 들여다보길 바란다" "상식에 근거해서 본다면 사안 실체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지 않을 것"이라며 '상식'에 기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증인 신문을 주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지난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눈을 맞춘 채 직접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의)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까 놔두라고 했다"면서 "기억이 나느냐"라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지금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발언에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7차 변론 증인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증언을 듣던 중에도 직접 질문을 던졌다. 이 전 장관이 국무회의와 관련된 진술을 이어가자 윤 대통령은 "잘못 말씀하신 것 같아서. 국무회의록에 부서하는 건 아니죠"라고 물었다. 이 전 장관은 곧바로 "전혀 아니다"고 답했다. 계엄 관련 국무회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문답이었다. 다만 10차 변론 한덕수 국무총리의 증인 출석 때는 퇴장했다. '국가 위상에 좋지 않다'라는 이유였다.
윤 대통령은 반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증인들은 공격적으로 대했다. '체포명단 메모'를 작성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증언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오자 "(곽 전 사령관이) 인원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하는데, 저는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은 없다"면서 홍 전 차장과 곽 전 특전사령관이 가담한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이) 저와 통화한 것을 대통령의 체포지시와 연결해 내란과 탄핵 공작을 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비상계엄 당일) 국정원장이 해외에 있는 줄 알고 홍 전 차장한테 전화했는데, 딱 들어보니 술을 마신 것 같았다. 나도 반주를 즐겨서 딱 알아차렸다"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