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공에서 '감리' 선정한다고 사고가 줄어드나

[기자수첩]공공에서 '감리' 선정한다고 사고가 줄어드나

"공공이 감리자를 지정한다고 현장에서 제대로 감리가 된다는 보장이 있나요?"


30년 넘게 안전관리 분야를 연구해 건설 현장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수화기 너머로 한숨을 쉬었다. 정부 자문 자리도 여러 번 거친 그는 국회 통과를 앞둔 '인허가권자(지방자치단체) 지정 감리 확대제'에 대해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최종 결정권자인 건축주는 책임에서 빠지고 건설사는 저가 경쟁에 치이는데, 감리사에게 책임이 더 늘어난다고 안전이 지켜지겠어요?"

이런 현장의 우려와 다른 방향으로 국회는 움직이고 있다. 국회에는 30가구 이상 주택과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에 적용되는 지정 감리제를 다중이용 건축물로 확대하는 안(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달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안에 따르면 앞으로 5000㎡ 넘는 문화·집회·판매시설이나 16층 이상 건물을 지을 때 공공에서 감리업체를 선택하게 된다.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와 2022년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같은 대형 참사가 되풀이되자 감리자 독립성을 강화해 부실시공을 막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검단신도시나 광주 화정동 붕괴 사고 모두 지정 감리 현장에서 터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정 감리제 시행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지정 감리제를 더 확대해 사고를 예방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지정 감리제가 오히려 부실공사를 부추길 수 있다고 본다. 한 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감리가 갑이라지만, 현장에서 시공사와 발주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했다. "괜히 문제 삼았다가 오히려 불이익당할까 봐 걱정된다는 감리자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년(2018년 7월~2023년 7월)간 감리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경우는 14건에 불과하다. 감리자에게 급여를 주는 발주처가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를 꺼린 결과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설계부터 감리까지 한 번에 발주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선택권이 사라진다는 점도 부담스러워했다. 민간에서는 설계·시공·감리를 하나의 팀처럼 구성해 설계 변경이나 공정 지연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하는 방식이 종종 쓰인다. 그런데 감리를 따로 지정하면 이런 협업이 깨진다. 게다가 감리비가 공공 기준에 맞춰 일률적으로 정해지면 민간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누가 감리자를 지정하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 보면 오히려 문제만 만든다. '제대로 된 감리가 이뤄지는가'를 더 살펴야 한다. 감리자는 무리한 공사를 막고 부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치솟는 공사비와 최저가 낙찰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간단하다. 제도와 현실이 따로 노는 상황을 바로잡아 감리자가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감리자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대로 뒷받침하는 것, 그것이면 된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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