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6일 대전 대덕구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어르신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진형 기자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어르신들도 아파트에 많이 산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도시에 사는 노인 10명 중 5.5명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같은 초고령사회이지만 단독주택이 많은 일본과는 주거환경이 다르다.
주형환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어르신들의 소원은 내 집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아파트 중심 문화는 한국의 독특한 특징인데 잘 활용하면 굉장한 장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어르신들이 집에서 살려면 의료·돌봄·식사·집 개조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한 번에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노인주거생활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게 저고위의 구상이다. 주 위원장은 "이렇게 되면 아파트가 노인복지시설이나 다름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초고령화 사회이지만 눈에 띄는 노인 정책이 안 보인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요양시설에 가보니 ‘1인당 국민소득 3만6000달러 시대에 인생의 마지막을 이렇게 보내도록 국가가 두는 게 맞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대수명은 10년마다 2년씩 늘어난다. 수명이 길어지는 어르신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거다. 빨리 대책을 안 세우면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노인주거 정책 방향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집에서 노후를 보내도록 돕는 거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건강하게 늙는 게 어르신들의 희망사항이다. 두 번째는 아파트를 최대한 활용하는 거다. 돌봄 서비스만 잘 받을 수 있다면 아파트나 노인시설이나 다를 게 없다. 세 번째는 중산층 노인까지 돌봄 범위를 넓히는 거다. 일례로 고령 친화 집 개조 지원은 저소득층이나 아픈 노인들만 대상으로 하지만, 중산층 노인에게도 필요하다. 서비스를 유료화하더라도 돌봄 대상을 소득과 상관없이 노인 전체로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아파트를 노인시설처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노인에게 특히 중요한 게 식사다. 신축 아파트는 밥해주는 곳들이 있다. 수십 년씩 된 구축아파트에도 어르신들이 많이 산다. 여기에 식당 공간을 확보하는 게 고민거리라 방안을 찾고 있다. 신축 아파트는 단차를 없애고 미끄럼 방지 설비를 깔아서 처음부터 어르신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간호인력이 아파트 단지 내에 상주하면서 어르신들을 살필 수 있다면 아파트도 노인시설에 준하는 곳이 될 수 있다. 노인만 사는 노인복지주택을 늘리는 것보다 아파트를 노인시설처럼 만드는 게 이상적인 방법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돌봄서비스를 어르신들 집으로 편리하고 빠르게 제공하는 게 관건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병원에 가기 힘드니 방문의료를 받고 싶다’, ‘청소와 밥을 하기 어려우니까 가사지원이 필요하다’, ‘머리를 자르고 싶은데 재택 이미용을 원한다’ 이럴 때 어디다 연락할지도 모르고 도움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 서비스와 어르신들을 연결해주는 ‘노인주거생활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 중앙·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참여해 어르신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거다. 내년부터 전국에서 ‘통합돌봄’이 시행되는데, 이걸 좀 더 확장한다는 개념이다.
-다른 나라에서 배울 점은.
▲일본은 노인돌봄 서비스에 이미 케어 로봇 같은 기술을 활용한 ‘에이지 테크(Age tech)’ 시장이 형성돼 있다. 침대 아래에 센서가 있어 어르신들 수면 패턴도 파악하고, 목욕로봇이 어르신들을 씻겨주기도 한다. 일본은 이런 의료기기에 요양보험을 적용해서 비용부담을 낮췄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술은 이미 갖춰져 있다. 돌봄 의료기기 시장이 커질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고,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지원받도록 해야 한다. 가뜩이나 돌봄 인력이 부족해서 문제다. 편리하다는 게 입증되고, 가격이 저렴해지면 돌봄로봇이 대중화되는 건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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