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 수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부산구치소가 최근 사법부와 수사기관에 구속수감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처럼 과밀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구치소 이전 논의는 입지선정위원회의 권고안에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17일 교정 당국을 인용해 지난해 말 부산구치소는 검찰과 경찰, 법원에 '부산구치소 과밀 수용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공문에는 구치소 수감자 포화 상태로 수사기관은 구속영장 청구를 숙고하고, 법원에는 보석이나 구속 집행 정지 등 석방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부산구치소 수용 정원은 1480명이지만, 지난달 말 기준 수감자는 2200여명으로 정원 대비 150%에 달한다. 특히 여자 수감자 수용률은 2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밀상태가 지속된 지는 오래됐으나 최근 1년 사이 과밀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 협조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구치소가 검찰과 법원에 공문을 보낸 건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다.
1973년 준공된 부산구치소는 과밀도와 함께 노후화도 심각한 수준으로, 2016년 재소자 사망률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부산 서구 대저동 부산교도소도 건립된 지 48여년이 경과한 노후시설로 건축물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열악한 과밀 수용으로 수용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6년 교정시설 과밀화는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저해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린 뒤 과밀 논란은 더 본격화했다.
2017년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원고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부산고법은 정부가 150만원, 3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후 유사 판결이 잇따르며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도 늘고 있다.
이에 부산시는 해묵은 과제였던 교정시설 현대화를 위해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2023년 11월 구치소·교도소· 보호관찰소를 모두 강서구 대저1동 일원에 통합 이전하는 방안을 도출했다. 강서구와 지역 정치권은 주민들과 함께 입지선정위원회가 법적·행정적 권한이 없다며 위원회 자체를 부정했다. 결국 이전 권고 1년이 지났지만, 부산시는 주민설명회조차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