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산업현장 기피와 탈부산 영향으로 지역기업들의 기술·기능직 구인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소재 대학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외국인 유학생이 구인난 극복의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양재생)는 15일 지역 주요 기업 503개 사를 대상으로 외국인 유학생 채용 의향과 목적, 일자리 유형 등의 의견을 파악한 ‘부산지역 기업체 외국인 유학생 채용 관련 인식과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채용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응답 기업의 13.5%는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전문취업비자인 E-7 비자를 발급받아 채용한 경우가 63.9%로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기채용(36.1%)에 비해 더 많았다.
외국인 유학생 채용 경험이 있는 기업들의 91.2%가 생산성을 비롯한 성과 측면에서 내국인 못지않은 결과가 있었다면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E-9 비자 등 다른 유형의 외국인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장점으로는 전문성(35.3%)과 생산성(27.9%)이 높게 나타났으며, 한국어 능력(16.2%), 문화 적응력(7.4%), 근로 의식(5.9%)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 채용 의견과 의향을 물은 응답에서 응답 기업의 45.7%가 외국인 유학생 채용 확대가 기업의 구인난 해소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직접적으로 신규 채용을 희망하는 비중도 25.6%에 달해 향후 지역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으로 활용될 여지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역기업이 채용을 희망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학력 수준은 전문학사가 60.6%로 가장 높았고 4년제 학사(37.2%), 석사급 이상(2.2%) 등의 순이었다. 선호 국적은 베트남 등 동남아가 41.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국적 무관(33.2%), 중국(9.7%), 우즈베크(6.2%), 북미(3.4%), 네팔(2.6%)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기업이 중요하게 평가하는 역량으로는 근무태도가 30.0%로 가장 높았다. 내국인과 달리 인력 관리에 부담이 높은 만큼 근무태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한국어 구사 능력(20.3%), 업무 숙련도·직무 경력(17.9%), 한국 문화 적응력(11.6%), 영어 구사 능력(9.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기업이 외국인 유학생을 가장 채용하고 싶어 하는 직무로는 제조·생산직이 64.2%로 가장 높았다. 생산 분야의 구인난이 매우 심각한 만큼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기대가 반영된 가운데 이어 사무관리(11.5%), 운송·물류(10.3%), 영업·마케팅(8.9%), 연구·개발(2.2%) 등의 순이었다.
다만 현행 제도에서 외국인 유학생 채용 시 취득해야 하는 E-7 비자는 규정상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단순 제조·생산 인력에는 허가받을 수 없어 기업의 인력 수요와 제도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지역기업의 생산 현장에도 스마트 팩토리 도입 등 전문적 역량이 필요한 부분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E-7 비자의 직무 요건 범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부산시가 추진 중인 광역비자 등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고용과 정주 여건을 개선해 청년층 감소와 인력난 해소의 해법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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