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NL' 화끈한 정치 풍자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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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란 개인이나 사회·정치 현상 등을 비꼬고 반어적 표현을 사용해 웃음을 주며 비판하는 걸 말한다. 권력 강자를 신랄하게, 유희적으로 다루면서 그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2011년 케이블 채널 tvN에서 시작해 2021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로 자리를 옮긴 'SNL 코리아( SNL)'는 방송 초기 화끈한 정치 풍자로 인기를 얻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출연해 "자유로운 정치 풍자는 SNL의 권리"라고 했다.


정치 풍자는 SNL의 정체성이자 10년 넘게 지탱해온 동력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풍자의 주 대상이던 정치인은 사라지고 연예인이나 사회초년생, 직장인 등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웃음을 주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SNL'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외모를 조롱하고, 말투나 자세를 우스꽝스럽게 따라 해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로 역사를 쓴 작가의 공로를 충분히 인정해도 모자랄 시기에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패러디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도 패러디했다. 베트남계 호주 국적인 하니의 서투른 한국어 발음을 흉내 내거나 울먹이던 모습을 따라 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SNL 코리아 시즌6' 화면캡처[사진출처=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6' 화면캡처[사진출처=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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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안영미는 tvN 주말드라마 '정년이'의 주인공 윤정년을 '젖년이'로 패러디하면서 가슴을 양손으로 부각하고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으로 웃음을 유발하려 했다. 코미디언 정이랑은 "출산 정책에 도움이 될 듯하다"고 반응했다. 미성년자 정년이를 외설적으로 패러디한 수준 낮은 코미디였다. 출산 정책을 비판하려면 다른 대상을 찾았어야 했다.


웃음을 잃은 풍자, 비하와 조롱으로 얼룩진 패러디가 의미 있을까. 권력자나 강자가 아닌 사회적 약자를 비하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에 시청자들은 공감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코미디는 웃으면서도 찝찝하다. '웃기면 됐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다.

방송 전 엄격한 모니터링을 거쳐 시청자가 불편할 소지가 있거나 방송에 담기 부적절한 부분을 걷어내는 작업은 필수다. 'SNL'은 제작진과 크루(출연자)들이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형식인데도 사전에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걸러내지 못했다. 잇따른 논란에도 별다른 사과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신문고에 'SNL'을 제재해달라는 민원이 꽤 올라왔지만, 방송통신심의원회는 '심의 불가' 판단을 내렸다. OTT 콘텐츠인 'SNL'은 현행법상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고, 전기통신사업법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잇따라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OTT 콘텐츠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사업자들의 자정 노력에 기대지 말고 적극적으로 미디어 관련 법안을 손봐야 할 때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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