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K의 새로운 키워드 '다문화'

경기 안산의 한 초등학교는 417명 전교생 가운데 400여명, 97.4%가 다문화 학생이다. 안산의 다른 초등학교 2곳도 다문화 학생 비율이 80%를 넘는다. 안산에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교생의 30% 이상인 초등학교는 26곳, 중학교는 5곳이다. 전국에서 이런 초·중·고교가 350곳에 이른다. 2018년 250곳에서 5년 만에 100곳이 늘었다. 국내 외국인 거주자는 245만9542명이다. 이 가운데 71만명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인구 72만 안산에만 9만5000명(인구의 13%)이 있다. 국적별로도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베트남, 러시아 등 다양하다. 안산은 1980년대 이후 반월공업단지를 중심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유입됐다. 반월공단의 풍부한 일자리, 저렴한 거주비 등 사회경제적·지리적 이점 등으로 인해 원곡동 주변으로 거주지역이 조성되면서 이주민 밀집지역이 형성됐다. 외국인이 늘면서 귀화, 결혼 등을 통해 이뤄진 다문화 가구원도 100만명을 돌파(2020년 109만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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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가 어느덧 한국에 자리 잡았듯이 다문화가정 자녀들도 사회 일원이 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많은 학교나 다문화 가정 자녀라고 삐딱하거나 유별하게 볼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한국어, 한국문화가 낯설고 서툰 학부모와 학생일수록 의사소통이 어렵고 학습지도가 쉽지 않다. 교육현장의 숨은 복병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오 박사는 최근 열린 ‘2024 대한민국 다문화 페스타’ 특별강연에서 "‘말이 느리다’는 이유로 부모와 함께 찾아오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또래와 쉽게 사귀지 못하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져 학교에서 중도 탈락하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도 어렵다"면서 "결혼이주여성 국적에 따라 세분화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우리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엄마 나라 문화와 역사를 알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을 느껴야 성장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을 막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은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내년 트렌드로 다문화 국가로 도약한다는 의미의 ‘그라데이션 K’를 제시했다.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한국’이라는 두 가지 흐름을 아우른 것이다. 전자는 이미 설명을 안 해도 되고 남은 건 후자다. 김 교수는 "인구의 5%가 넘으면 다민족 국가인데 현재 한국은 다민족 국가"라면서 "현대차 최고창의력책임자(CCO), 최고개발책임자(CDO) 모두 외국인이다. 한국의 수준을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을 유치하려는 제도를 위해서는 열리고 포용적인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2년 인권위 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이주민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웃이 돼도 좋다"고 했다. 반면에 2명 중 1명은 우리 사회가 이주민을 차별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럿이 모인 것이 사회인데 나와 남은 다르다는 것이다. ‘단일민족’ ‘단일민족국가’의 틀을 벗어 인종·언어·문화를 용광로에 녹여 다문화를 새로운 K-자산으로 키우려면 나와 우리의 괴리감을 좁히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경호 이슈&트렌드팀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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