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지지 안돼" 베이조스가 '킬' 하자…20만 유료독자 떠났다

전체 유료 회원 20만명 이상 이탈해
베이조스, 직접 사설 기고해 해명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소유의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단 하루 만에 20만명 넘는 유료 구독자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 구독자 수의 8%에 해당하는 수치로, 매출 타격도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공영 방송국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는 28일(현지시간) WP 직원 2인의 발언을 인용, 이날 정오까지 매체 디지털 유료 구독자 20만명이 구독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이탈 이전 WP의 총 구독자 수는 250만명으로, 약 8%에 달하는 유료 구독 수입이 사라진 셈이다. 구독 취소 행렬은 정오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 창업자 겸 워싱턴포스트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마존 창업자 겸 워싱턴포스트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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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구독자 이탈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NPR은 "매체의 사주인 베이조스 창업자가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막은 뒤 이뤄진 것"이라고 추측했다. WP의 전 편집자인 마르커스 브라우츠리 또한 매체에 "엄청난 숫자"라고 전했다. 그는 베이조스 창업자의 편집국 개입을 지적하면서 "문제는 사람들이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모른다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앞서 WP는 지난 25일 이번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결정은 WP가 36년간 이어온 전통을 깬 것이다. 이에 대해 WP는 "논설실장은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 초안을 썼으나, 사주인 베이조스가 이를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WP 내부에서도 사주의 개입에 대한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트 케이건 WP 총괄편집인은 해당 결정에 반발해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매체 온라인판 최다 조회수 기사 10건 중 3건도 직원들의 반발 성명이었다고 한다.

29일 오전 8시 기준 워싱턴포스트 온라인판 모습 [이미지출처=WP 홈페이지 캡처]

29일 오전 8시 기준 워싱턴포스트 온라인판 모습 [이미지출처=WP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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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이 커진 가운데 베이조스 창업자는 이날 직접 WP에 글을 기고, 편집국의 대선 후보 지지 결정에 개입한 이유를 해명했다.


그는 "힘든 진실은 더는 미국인들이 신문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이 미디어가 편향됐다고 믿는다. 우리의 신뢰도(와 영향력)가 떨어지는 것을 두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건 쉽지만, 실제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뢰를 높이기 위해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은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선 지지는 선거의 균형을 깨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대신 지지 선언은 편향을 만든다"며 "독자들에게 '매체가 편향됐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며, 이를 종식하는 게 원칙적인 결정이고 올바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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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베이조스 창업자는 2013년 8월 WP를 2억5000만달러(약 3456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베이조스 창업자의 순자산은 2050억달러(약 283조원)로 추정되며, 그는 세계 3위권에 드는 억만장자다.


WP는 1877년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설립, 발간된 신문이다. 흔히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함께 미국의 3대 종합지로 꼽힌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한 밥 우드워드 등 미국 언론사에 한 획을 그은 기자들을 배출한 기업이기도 하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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