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폭파쇼…북한 NLL 인근 도발 가능성[양낙규의 Defence Club]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 ‘정세주도용’ 분석
해상에서도 관련 조치가 이어질 수 있어

북한은 이번에도 ‘폭파 쇼’를 선택했다. 북한이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한 것은 한반도 정세를 자신들이 주도하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분석이다. 폭파 쇼는 지금까지 5번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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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폭파 쇼를 처음 한 건 2008년이다.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다며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2008년 6월 27일 오후 5시 5분 북한 평안북도 영변군에 있는 원자로 냉각탑이 1~2초 만에 폭파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북한 핵실험의 상징물로 여겨졌던 이 냉각탑이 파괴되는 장면이 녹화중계로 전 세계에 방송되자 북핵 폐기 기대감이 고조됐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연기되자 북한은 2008년 8월 영변 핵시설 불능화 중단으로 응수했다. 미국은 10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북한도 불능화 작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후 양측은 대북 중유 지원 중단-폐연료봉 재처리 등으로 맞섰다.


2008년 원자로 냉각탑 폭파 후 다시 핵실험

북핵 검증이 원점으로 돌아선 것은 같은 해 연말이다. 추가 검증 시기와 방법을 놓고 6자 회담이 결렬되면서다. 북한은 2009년 영변 핵시설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관을 추방하고 부품을 다시 설치하는 등 복구에 나서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를 강행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했다. 결국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어 2013년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원자로를 재가동한다"고 발표했고, 핵 가동을 원상태로 돌렸다.


핵실험장을 놓고 폭파 쇼는 이어졌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ICBM) 발사 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더 핵실험이 필요 없다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 이 조치가 국제사회의 핵 군축 노력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 현재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이 미국 대선 전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핵실험 결정부터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도 매우 짧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자신들이 원하던 것을 얻어낸 셈이다.

군사합의 따라 GP 폭파했지만 눈속임

북한은 2018년 11월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의 최전방 감시초소(GP)를 철수하겠다면서 10개소를 폭파했다. 이를 놓고 문재인 정부가 GP가 철수됐는지 현장 검증을 하면서 핵심 지하 시설 파괴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서 "북 GP 시설이 군사적으로 불능화됐다"고 발표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하 시설은 그대로 둔 채 지상의 초소만 폭파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남북 단절 의지를 보여주는 폭파 쇼는 2020년에도 있다.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무단 폭파한 것이다. 당시 북한은 탈북민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폭파를 감행했다. 북한은 폭파 다음 날 ‘다음 단계의 대적(對敵) 군사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예고했다.


국경선 강조해 육상 이어 해상도발 가능성

이런 점에서 이번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 이후에도 북한이 육상에 이어 해상에서도 관련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북한은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를 열고 헌법 개정을 통해 ‘국경선’을 설정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북한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국경선 조항 신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최근 행보를 고려하면 해상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한편,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한 사실을 대내외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 북한이 2020년 6월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는 조선중앙통신이 당일, 노동신문이 익일 비교적 신속하게 보도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의선과 동해선 단절 작업을 지난해 연말부터 진행해왔고, 이달 초 남북 연결 도로와 철로를 끊겠다고 미리 알린 만큼 그 결과를 굳이 발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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