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과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폭파하며 영구 봉쇄에 나섰다. 남북을 연결하는 육로에는 경의선, 동해선, 화살머리 고지,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 등이 있는데 북한이 이중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군사분계선(MDL) 일부 구간을 폭파한 것이다. 경의선과 동해선은 남북 교류 협력의 상징으로, 이번 폭파가 '남북 관계 단절'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이 폭파한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는 각각 한반도 서쪽과 동쪽에서 남북을 연결하던 길이다.
경의선은 서울역-파주-개성-평양-신의주로 이어진 총연장 499㎞ 철도로, 과거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남북을 오갈 때 활용했다. 동해북부선으로도 알려진 동해선은 양양부터 원산까지 180㎞ 구간을 잇는다. 금강산이 이 구간에 포함된다.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차량들이 동해선을 통해 오갔다.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던 경의·동해선 철도, 철도와 함께 난 육상 도로의 재연결은 그동안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에 뜻을 같이했고, 2002년 9월 착공식을 열었다. 2003년 말 경의선 철도가 완공됐고 2005년에는 동해선 철도의 고성 제진~금강산역 구간이 연결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이 이어지며 해당 사업은 부침을 겪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남북이 합의하고 재차 착공식을 열었지만,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실제 운행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SNS에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사업이 유엔의 제재 면제를 인정받았다. 남북의 합의와 인내,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룬 소중한 결실"이라며 "비핵화와 함께 속도를 낸다면, 당장 2022년에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서 단동에서 갈아타고 북경으로 동계올림픽 응원을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철의 실크로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번 북한의 폭파로 단절됐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되게 된다"고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육로 연결 사업에 1억3290만달러의 현물 차관이 지원됐다. 현재 환율 기준 1800억원이다. 명목상으로는 '빌려준 돈'이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이 돈을 갚은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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