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출사표를 던진 제3 후보들이 경합주 내 최대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이들이 거대 양당 후보들의 표를 얼마나 빼앗는지에 따라 선거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7개 경합주 모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제3당 혹은 무소속 후보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인물은 자유당 소속의 체이스 올리버 후보로 7개 경합주 모두에 후보로 등록됐다.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는 네바다주를 제외한 6개 경합주 투표용지에 등재됐다. 무소속 출마 후 중도 하차해 트럼프 캠프에 합류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7개 경합주 중 미시간·위스콘신 2곳의 투표용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는 데 실패했다.
올리버 후보나 스타인 후보의 경우 대부분의 경합주에서 후보 자격을 얻긴 했지만, 전국 단위 지지율이 1% 내외로 당선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NYT는 이들이 몇몇 경합주 투표용지에 올라와 있는 것만으로도 선거 판도를 뒤집을 만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이 거대 양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표를 갉아먹는 ‘스포일러 효과’(spoiler effect·낙선 후보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버나드 타마스 발도스타 주립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제3 후보가 선거에서 방해자(스포일러)가 되려면 많은 지지를 받거나 선거 양상이 눈에 띄게 접전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의 주요 격전지는 아슬아슬한 격차로 승패가 판가름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보 정치단체 무브온의 라나 엡팅 전무 이사는 "이번 대선은 몇몇 주에서 수천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며 "제3 후보들은 이번 대선에서 여전히 큰 위협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제3 후보의 난립을 두고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과거 제3 후보에게 표를 잠식당해 대선에서 패배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 당시 제3 후보로 나섰던 스타인 후보는 위스콘신주에서 3만1072표를 얻었는데, 이는 위스콘신 선거인단을 독차지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대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득표 차(2만2748표)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NYT는 "스타인 여사와 그녀가 출마한 위스콘신주는 민주당엔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민주당은 당시 패배 원흉을 스타인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스타인 후보가 출마한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3개 경합주에 TV 광고를 내 "스타인에게 투표하는 것은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집회에서 "나는 그녀(스타인)를 정말 좋아한다"며 스타인 후보의 출마를 지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줄리아 아자리 마퀘트대 정치학 교수는 "(올해 미국 대선은) 제3당 투표가 승리 마진을 상회할 정도로 접전일 것"이라며 "다만 모든 이야기는 유권자들이 차선책으로 어떤 후보를 선호할지, 제3의 선택지가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등에 대한 가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더 큰 혜택을 누릴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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