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번 대선 이후 ‘가상화폐 공화국’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 3주를 앞둔 14일(현지시간) 가상화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마저 투자를 위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친(親)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청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기 아들과 함께 가상화폐 판매 사업에 본격 돌입하며 가상화폐 투자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제스처를 내비쳤다. 이날 가상화폐를 둘러싼 두 후보의 긍정적인 행보에 비트코인 가격은 5% 넘게 뛰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흑인 남성을 위한 맞춤형 공약을 내놓은 가운데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 계획안도 마련됐다.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제공해 가상화폐 등 가상자산이 경제성장, 금융 수단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가상화폐와 관련한 해리스의 이번 공약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명확성을 제공하기보다는 집행을 통한 규제의 길을 택했다는 가상화폐 업계 불만을 듣고,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상화폐 계획안은 가상화폐 소유 경험 비중이 20%에 달하는 미국 흑인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위해 고안됐다.
외신은 이번 가상화폐 계획안을 두고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와 같은 규제 기조를 취하지는 않을 것임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뉴욕시의 한 선거 모금 행사에서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상자산과 같은 혁신기술을 장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가상화폐 정책을 두고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화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미국이 가상화폐 중심 국가로 나서지 않으면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을 가상화폐의 세계 수도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가상화폐 규제를 담당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업계에 전방위적인 소송을 해온 만큼, 해리스 부통령도 가상화폐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추측이 대체적이었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하면서 이 같은 이분법이 무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두 아들 도널드 주니어와 에릭과 함께 하는 가상화폐 프로젝트 사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에 수반되는 가상화폐 토큰 ‘WLFI’를 15일 출시한다고 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WLFI가) 금융 미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올해 1월과 7월 각각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는 등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들여오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선거 표심을 고려해 해리스 부통령마저 가상화폐에 보다 친화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대선 이후를 기점으로 미국이 가상화폐 부문에서도 초강대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가상화폐 가격은 일제히 들썩였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후 7시40분(한국시간 오전 8시40분), 24시간 전 대비 5.1% 상승한 6만6070달러에 거래되는 중이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고가다. 이더리움 1개당 가격도 전날 대비 6.6% 급등한 2628.84달러를 기록했다. 가상화폐 채굴업체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도 이날 각각 5.6%, 11.32% 상승 마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최근 잇달아 발표한 경기 부양책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가상화폐가 당분간 상승 랠리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비트코인에서 중국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은 가상화폐 가격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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