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한국시간) 스웨덴 아카데미(한림원)는 한강 작가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강 작가는 한국인으로는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다. 그런데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벨 재단에는 한국 출신 수상자가 3명으로 등재돼 있다. 어찌 된 일일까.
한국 출신 첫 노벨상 주인공은 198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찰스 피더슨'(1904~1989)이다. 대한제국 말기 부산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의 유기화학자다. 아버지는 노르웨이인,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한국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따라 8세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아버지의 권유로 미국의 대학으로 진학했다. 데이턴 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유기화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67년 미국 화학회사인 듀폰(DuPont)의 잭슨 연구소에서 재직 중에 크라운 에터(Crown Ethers)란 유기화합물을 발견했다. 그 공로로, 발견 20년 뒤인 1987년 83세에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는 박사 학위가 없는 최초의 노벨화학상 수상자다. 공동 수상자는 장마리 렌(프랑스), 도널드 크램(미국)이다. 이들은 피더슨의 연구에 기반해 후속 연구를 진행한 학자들이다.
피더슨은 출생지만 부산일 뿐 학·석사를 미국에서 취득한 미국 국적자다. 실질적으로는 한국이 아닌 미국 수상자로 간주한다. 하지만 노벨 재단은 출생지를 기준으로 해서 공식적으로 피더슨을 한국 출신 첫 노벨상 수상자라고 기록했다. 그 이유는 노벨 재단을 설립한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 때문이다.
노벨은 유언장에 “수상 후보자들의 국적은 일절 고려해선 안 된다”란 뜻을 밝혔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사람들에 대한 특혜 없이 가장 적합한 인물에게 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노벨 재단은 기본적으로 수상자의 ‘출생지, 소속 기관, 수상 동기, 상금 분배율’과 함께 수상자가 사망할 경우 ‘사망지’ 등 5가지 정보만 기록한다. 국적과 인종 따위는 적지 않는다. 만약 국적과 인종을 가린다면, 특히 복수국적자의 경우 어느 국가의 수상자로 취급해야 하는지 등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 인물의 국적을 결정하는 원칙이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7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테레사 수녀(1910~1997)는 북마케도니아의 알바니아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테레사 수녀는 자신이 주로 활동한 지역인 인도 국적을 취득했다. 즉 출생지는 북마케도니아, 핏줄은 알바니아, 주 활동 지역과 수상 당시의 국적과 사망지는 인도다. 이 세 나라는 삼파전을 벌이며, 모두 테레사 수녀가 자국의 위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스웨덴 아카데미는 국가주의적인 동기에서 추천된 후보들은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벨문학상은 한 국가의 문학을 치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개별 작가에게 주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작가를 홍보하거나 밀어주는 국가적인 캠페인은 되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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